중국이 베이징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라며 유럽산 연어를 수입 금지한 가운데 세계 최대 연어 수출국인 노르웨이가 또 한번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국 반체제 인사에 노벨상을 줬다는 이유로 과거 6년 간 수출을 못하는 보복을 당했는데 이번에는 코로나19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수출 금지를 당하게 돼서다.
━ 중국 "수입 연어 도마서 코로나19 검출" |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유럽 연어 공급업체로부터의 수입을 중단했다. 베이징시가 지난 12일 베이징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신파디 시장 내에 수입 연어를 절단할 때 쓰는 도마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베이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 11일 다시 발생한 이후 이날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어서는 등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베이징시 당국은 봉쇄 조치를 확대하며 방역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신경보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펑타이구 신파디 시장과 하이뎬구 위취안 시장을 봉쇄한 데 이어 시청구 톈타오홍롄 채소시장과 주변 주택단지 7곳을 봉쇄관리에 들어갔다. 톈타오홍롄 시장에서는 신파디 시장과 거래하던 관계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 과거에도 노벨상 수여 문제로 수입 제한 보복 |
그런데 노르웨이가 중국으로부터 수출 금지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노벨상 시상국인 노르웨이는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인 류사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자 중국은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제한하는 등 무역보복에 나섰다. 이 때문에 이듬해인 2011년 중국의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은 70%나 급감했다. 류샤오보 사태 직전까지만 해도 노르웨이산 연어는 중국 시장의 92%까지 장악하기도 했었다.
중국은 또한 2014년 9월에도 노르웨이산 연어에 ‘전염성 연어 빈혈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이유로 통째로 된 노르웨이산 연어의 수입을 막기도 했다. 당시 노르웨이에선 중국과의 외교갈등으로 입은 수출 피해 규모가 8억∼13억달러(약 1조~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는 지난 2015년 노르웨이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해빙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2016년 12월에야 양국은 외교관계의 정상화를 선언했다. 노르웨이가 중국의 핵심이익과 우려사항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거듭한 결과였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만 해도 노르웨이가 중국에 보낸 연어 규모는 증가 추세였다. 수산물 전문매체인 인트라피시(Intrafish)는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 자료를 인용해 노르웨이의 대(對)중국 연어 수출 규모는 지난 4월 3,141메트릭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나 급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이 베이징 내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라며 유럽산 연어 수입을 막으면서 노르웨이는 공들여온 중국 시장을 놓칠 위기에 처했다. 중국이 유럽산 연어만 콕 집어 수입 금지를 하면서 칠레나 캐나다 등 다른 연어 수출 국가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로 인해 로열새먼 등 노르웨이의 주요 연어수출업체들의 주가는 이날 개장하면서 5~7% 폭락했다. 과거 6년여만에 맺은 중국과의 국교정상화를 통해 연어 수출을 늘려온 노르웨이가 중국의 이번 수입 금지 조치에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