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학교 등록금 환불 요구에 대해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은 힘들다는 소신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세균 국무총리,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를 3차 추경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데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홍 부총리는 “등록금 반환은 등록금을 수납받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정부 지원으로 해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총리는 지난 16일 “대학별 실태를 파악하고 정부 차원에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한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많은 대학이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지원대책 마련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에서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창구가 있고 이런 틀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등록금 반환을 정부 재정으로 커버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교육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정청협의회를 열어 대학 등록금 환불 요구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관련 예산을 3차 추경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홍 부총리가 이날 등록금 반환 문제에 분명히 선을 그었음에도 여당은 관련 대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전에도 기재부가 반대했던 일이지만 무조건 추진해야 하는 대책”이라며 “전액지원까지는 어려워도 그 수준을 조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 10만원, 대학 10만원 매칭 방식으로 195만명의 대학생에게 20만원씩 지원하자는 요청에 왜 반대했느냐는 고용진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학생이 200만명인데 절반인 100만명이 소득분위로 보면 8·9·10등급으로 가장 상위계층이다. 과연 10만원을 그렇게 나눠주는 게 합리적인지 지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당이 계속 적극적인 검토를 요구하자 홍 부총리는 “내부적으로 추가 협의해보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에 앞서 당과 기재부가 소득 하위 70%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정부 재정을 통한 지원 규모에 대해 공방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민주당은 교육위와 당 정책위 차원에서 구체적인 지원방식과 예산규모를 검토할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라며 부정적임을 거듭 밝혔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추석 무렵 2차 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질의하자 “재정지출을 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그런 재원지출을 한다면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실직자 등에게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홍 부총리는 이날 업무보고 중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증세론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라며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증세가 현실화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당 일각에서 세수 펑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 유지를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곳간지기인 홍 부총리가 공식적으로 선을 그은 것이다. 홍 부총리는 대신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정비하고 세제 과세체계 합리화 문제 등부터 우선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이날 가상화폐 과세 문제와 관련해 “오는 7월 정부가 과세하는 방안으로 세제개편에 포함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는 “여건 변화에 맞게 새로운 조세체계를 갖춰나가는 일을 이제까지 해왔지만, 특히 올해 세제개편안을 마련하면서 여러 세목에 대해 새롭게 과세체계를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디지털세 등 새로운 과세체계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 이익의 균형을 따져가며 과세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데 국익이 최대한 확보·유지되는 선에서 참여하겠다”며 “개인적으로는 디지털세 부과가 새로운 형태로 필요하다고 보며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