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000150)그룹 매각 주관사가 두산베어스를 살 만한 기업이 있는지 물밑에서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산베어스를 팔지 않겠다는 두산그룹의 입장과 달리 매각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다. 두산베어스는 원칙적으로는 가장 후순위 매각 대상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계열사가 매물로 나온 상황에서 사업 가치가 작은 야구단도 예외일 수는 없다. 업계에는 두산솔루스 등 매각 차질을 빚자 채권단 등이 계열사 모두를 매각대상에 올려 놓는 식의 선을 넘어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두산그룹을 살리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사실상 해체에 무게를 둔 행보가 아니냐는 얘기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주관사를 맡고 있는 크레딧스위스(CS)증권이 최근 몇몇 금융사에 두산베어스 인수 의사를 물어본 것으로 파악됐다. 두산그룹은 두산베어스 매각 의사가 없다며 줄곧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서 매각 움직임이 있었던 것. 앞으로도 야구단에 관심이 있을 만한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기업을 중심으로 접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 업계에서도 두산베어스의 경영 악화가 한국 프로야구 리그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우려해 매각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그룹과 채권단이 구조조정에 관해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두산베어스는 매각 대상에 올라있다. 가장 마지막인 3순위이기는 하다. 웬만해서는 팔고 싶지 않은 대상으로 내년 말까지도 상환 재원이 부족할 경우 파는 것이 원칙적인 계획이다. 그러나 이를 꼭 순서대로 이행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두산중공업(034020)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계열사와 자산을 매물로 내놓은 상황에서 두산그룹이 야구단 운영을 지속할 명분이 부족하다. 1순위 매각 대상인 두산솔루스와 두산건설 등의 매각 절차도 예상보다 지지부진하다. 인수 의지가 강한 원매자가 등장하면 매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얘기다. 거론되는 가격은 1,500억원에서 2,000억원이다. 두산베어스는 ㈜두산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어 복잡한 절차 없이 매각대금이 곧바로 그룹으로 수혈될 수 있다.
두산베어스는 야구단에 관심이 있는 기업에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매물이다. 1982년 국내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창단한 국내 첫 프로야구단으로 한국 시리즈에서 여섯 번이나 우승한 명문 구단이다. 서울을 연고로 두터운 팬을 확보한 덕에 사업 구조도 탄탄한 편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580억원이고 영업이익은 33억원이다. 실적의 대부분은 티켓 판매와 같은 야구단 관련 사업에서 나왔다. 매출에서 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전 구단 중에서 가장 낮다. 같은 기간 삼성라이온즈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634억원, 5억원이다. 기아타이거즈와 롯데자이언츠는 400억원대의 매출에 각각 3억원, 2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