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고수에게 듣는다] 황찬영 맥쿼리증권 대표 "美증시 '로빈후드' 등장도 外人 귀환 늦추는 한 요인"

美 개인 펀드 돈 빼 직접투자 늘자

외인, 자금제공 위해 韓주식 매도

코로나 종식 확실한 '동의' 있어야

외국계 자금이 돌아올 수 있을 것

코스피 2,400까지 오버슈팅 가능

IT 기술주·2차전지 등에 관심을

황찬영 맥쿼리증권 대표가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최근 증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기자황찬영 맥쿼리증권 대표가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최근 증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파는 이유는 위험(리스크)에 대해 회피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신흥국 시장에서 매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은 굉장히 유동적인 시장인 만큼 외국인의 매도세가 더 강해 보이는 경향도 있습니다.”

황찬영(사진) 맥쿼리증권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 있는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코로나19가) 마무리된 것 같다’고 시장 컨센서스가 생겨 위험을 선호하는 성향이 커지고 이에 따라 신흥국 시장에 펀드 자금이 들어온다고 하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에 (외국인이)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년간 금융·투자전략과 거시경제 리서치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애널리스트 출신의 외국계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다. 2000년 삼성증권에 입사해 리서치센터에서 경력을 쌓은 후 모건스탠리·UBS·맥쿼리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그는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세로 돌아서지 못하는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을 꼽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3월2일부터 이달 17일까지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만 총 21조1,581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위험회피 성향이 생기면서 한국뿐 아니라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다른 신흥국 시장에 비해 거래량이 많고 유동적인 성향이 강해 외국인 자금 유출이 더 두드러져 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황 대표는 외국계 펀드의 판단이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에 주목했다. 우선 우리나라의 ‘동학개미운동’처럼 외국에서도 개인투자자의 직접 투자가 늘어났다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올해 1·4분기 들어 미국 개인투자자가 주로 쓰는 무료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인 로빈후드에 계정이 300만개 개설된 것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미국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이 강하다는 뜻이다. 황 대표는 “개인이 로빈후드 투자자(미국판 ‘동학개미’)가 되면서 펀드에서 돈을 빼 직접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외국계 펀드 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나라 등에서 주식을 파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외국계 펀드 자금이 위험선호에 있어서 민첩하지 못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펀드가 투자를 하려면 투자심의회를 거쳐야 하고 시장 리스크를 감당할 것인지 아닌지 엄청난 논쟁을 거쳐야 한다”며 “펀드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 ‘코로나19가 언제쯤 마무리될 것’이라는 확실한 ‘동의’가 도출돼야 외국계 자금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확진자 수가 의미 있게 감소하는 등 ‘이 정도면 괜찮겠다’는 의견이 여러 투자심의 단계를 통해 컨센서스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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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장을 이해하려면 황 대표의 자본시장 분석 방법론을 살펴야 한다. 그는 ‘기간이익 상실(temporary losses)’과 ‘영구이익 상실(perpetual losses)’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기간이익 상실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수 있는 손실”로, 영구이익 상실을 “기업 전략 변화, 정책 변화 등 사람들의 행동방식 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가치 하락”으로 정의한다.

황 대표는 최근 코로나19 장세를 분석할 때 ‘기간이익 상실’을 주로 언급해왔다. 코로나19로 코스피지수가 1,400선까지 떨어졌던 3월 당시에도 코스피 목표치를 2,200포인트로 제시했던 이유다. 그는 “3월 말에 목표치를 2,400선에서 2,200선으로 낮출 당시 시장에서는 1,100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었다”며 “그러나 당시에 사람들이 기간이익 상실을 과도하게 우려한다는 것이 제 판단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19 여파가 주식시장에서 얼마나 지속할 것인가에 따라 ‘기간이익 상실’의 불확실성 해소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기간이익 상실 관련 이슈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보수적인 외국계 펀드 역시 위험선호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 대표는 “최근 유동성이 많아 코스피가 2,400포인트까지 ‘오버슈팅’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할 영구이익 상실을 감안하면 내년까지는 2,200선이 적정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크게 △경기 사이클 소멸에 따른 국내 수출성장 쇠퇴 △고령화로 인한 노동생산성과 자본·총요소생산성 간 격차 확대 △제품·용역 중개 부문의 위축으로 인한 중산층 쇠퇴를 ‘영구이익 상실’과 관련한 변수로 꼽았다.

아울러 황 대표는 시클리컬 대신 정보기술(IT) 기술주, 2차전지 배터리 관련주, 일부 바이오기술주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기술주들의 고평가 논란에 대해서는 “‘지금 주가수익비율(PER)이 50배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3~5년 뒤 이 회사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잘 전달해주는 종목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무안정성과 기술력을 함께 보유한 기업은 꾸준히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성형주기자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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