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정세현 "北, 한미협력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는 한국에 불만"

"김연철, 사사건건 한미워킹그룹 벽에 부딪쳐 좌절"

靑오찬서 "北 삐라문제 절실하면 서두르자" 공감대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연합뉴스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정세현 수석부의장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전날 사의를 두고 “한미워킹그룹의 벽에 부딪쳐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미워킹그룹은 한미가 비핵화·대북제재·남북협력 등을 수시로 조율하는 협의체다. 전날 청와대 오찬에 대해서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논했다며 “북한이 절실하다면 서두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1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민주평통 공동 주최로 열린 ‘2020년 한반도 신경제포럼’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김 장관이) 물밑에서는 노력을 했지만 한미워킹그룹의 장벽을 넘지 못한 고충이 있었을 것”이라며 “사사건건 벽에 부딪히니까 좌절감을 많이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20일 공식 출범한 한미워킹그룹에는 외교부와 청와대, 통일부를 주축으로 사안에 따라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이 참석한다. 미국 측에서는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사 등이 참여한다.

북한과 여권에서는 이 협의체를 남북관계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일부 진보단체나 여권 인사들은 아예 해체까지 주장하는 상황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이를 가리켜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라고 비난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워킹그룹이 본연 취지와 다르게 왜곡되게 나타나고 있다”며 “남북관계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일각에서 비판하는 상황이라 그 지점을 외교부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에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앞으로 워킹그룹이 본연의 목적에 맞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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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수석부의장은 “긴밀한 한미 간 협력이라는 명분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를 상대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 요즘 북한이 쏟아내고 있는 불평”이라며 “(전날) 청와대 오찬 회의에서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 ‘북한이 일종의 독촉 신호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파괴한 것 같다’ ‘북한이 그렇게 절실히 필요로 한다면 좀 서두를 필요가 있겠다’는 식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대선이 끝난 뒤에 북미관계 전망이 어느 정도 밝게 나온다면 북한도 우리의 여러 대북제의에 호응할 가능성을 기대한다”며 “그때 남북관계를 빠른 속도로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전단문제에 대한 법률적 조치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1월부터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6월까지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잿더미가 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연합뉴스잿더미가 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연합뉴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불만은 부차적 요인일 수 있다”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기인한 북한 내부 사정과 그간의 북미·남북 대화 국면에서 실망감이 누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단기간 내에 남북관계가 회복되기는 어렵다”면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른 큰 틀에서 북미 대화의 방향이 결정될 수밖에 없어 멀리 보는 안목과 긴 호흡으로 남북관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종 KIEP 원장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대남 강경 기조는 북한 내부사정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의 불확실성이 함께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상호 신뢰를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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