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원회 소속 명단이 공개되면서 재계와 금융권 등에서는 벌써부터 걱정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특히 재벌 저격수로 명성을 떨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무위에 배치되자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분위기다.
박용진 의원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 개정안을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 도입 △집중투표제 도입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을 핵심으로 한다. 이 같은 개정안이 자칫 기업 옥죄기를 이어져 경제 활성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인식한 듯 박 의원은 ‘코스피3,000법’이라는 이름을 지어 눈길을 끌었다.
21대 국회는 압도적인 의석수를 자랑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당 단독으로 법안 통과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여당 내에서도 박용진 의원이 추진하는 개혁 입법에 대한 컨센서스가 상당 수준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의원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유치원 3법으로 ‘대히트’를 친 것도 상법 개정 등의 움직임이 과거처럼 흐지부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점도 고민거리다.
실제 박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무위 복귀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정무위에 복귀한 현재 감정을 ‘절치부심’과 ‘와신상담’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며 “20대 국회 때 당 지도부 등으로부터 어떤 이유나 설명도 듣지 않고 교육위원회로 옮겨졌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교육위에 몸 담고 있어도 항상 정무위 또한 나의 상임위라는 생각을 잊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정무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울러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금융지배구조 개선으로 구성된 이른바 ‘박용진 3법’에 대한 야당의 반대에 대해서도 당근과 채찍을 병행할 나름의 ‘복안’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박용진 의원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과 막역한 사이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앞서 전문가들과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김종인 위원장께 말씀 드렸더니 ‘시간되면 참석하겠다’고 말하셨을 정도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무엇보다 김종인 위원장 스스로가 누구보다 상법 개정에 앞장서고 목소리를 내온 분인 만큼 협조해줄 것이라 믿는다. 다만 야당이 과거처럼 고루한 방식으로 발목을 잡으면 (의석수를 바탕으로)차근차근 일을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기업 위기감이 큰 데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 등은 해외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조항이 적지 않다”고 현재 심경을 표현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개별 의원 자격으로 발의한 것일 뿐 실질적인 입법 절차에 접어들면 결국 정무위 여당과 야당 간사간의 합의라는 문턱을 넘어야 돼 법안이 미뤄지거나 원안보다 주요 내용이 상당부분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상임위에서 법안 자체에 대한 검토는 얼마든지 할 수있지만 최종 상정 단계까지 가려면 결국 여당도 야당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기브 앤 테이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여당 내에서도 일치된 의견이라 보기 어렵고 날로 악화되는 경제에 대한 여론 등도 고려가 필요해 현재로서는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