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 정책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곤두박질한 한국수력원자력이 정부의 경영실적 평가에서 등급이 거꾸로 상향 조정됐다. 조(兆) 단위 적자를 낸 한국전력 역시 ‘양호(B)’ 등급이 유지됐다. 지난해부터 적용된 일자리·윤리경영·상생 등 이른바 ‘사회적 가치’ 중점 평가 기조가 올해도 반영된 덕이다.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했다가 들통이 난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기관장 경고 조치를 받고 등급도 공기업 중 가장 낮은 ‘미흡(D)’으로 두 단계 떨어졌다.
기획재정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019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심의·의결했다. 홍 경제부총리는 “사회적 가치 중심 평가 기조하에 안전 분야와 윤리경영 분야를 엄격히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129개 평가대상 공기업·준정부기관 가운데 최상 등급인 ‘탁월(S)’을 받은 기관은 올해도 나오지 않았다. S등급이 8년째 전무한 가운데 한수원과 한국남동발전, 한국감정원,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조폐공사 등 21개 기관이 S등급 다음인 ‘우수(A)’ 등급을 받았다. 한수원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7,831억원으로 1년 전보다 31.6% 줄었음에도 등급은 오히려 한 단계 상승했다. 공기업평가단장인 김창봉 중앙대 교수는 “한수원이 정부의 원전 정책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역 사회에 상생 노력을 기울이고 윤리경영과 안전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케어’의 영향으로 지난해 3조6,266억원 적자를 낸 국민건강보험공단도 A 등급을 유지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인 한국남부·동서·서부발전, 한전KDN, 한전KPS 등 51개 기관은 ‘양호(B)’ 등급을 받았다. 한국마사회와 한국전력기술·한국중부발전·한국석유공사 등 40개 기관은 ‘보통(C)’,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 한국전력거래소 등 16개 기관은 ‘미흡(D)’ 등급을 받았다.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코레일은 기관장 경고 조치와 함께 관련자 인사 조치 처분도 받았다.
정부 지침을 위반하고 임원의 일탈행위가 있었던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유일하게 가장 낮은 ‘아주미흡(E)’ 등급을 받았다. 공운위는 종합 등급이 D·E인 실적 부진기관 17곳 중 코레일을 비롯한 대한석탄공사·SR·전력거래소·산업인력공단 등 15개 기관장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62개 상임감사 직무수행 실적평가 대상 기관 중 ‘미흡’ 등급을 받은 한국장학재단 감사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했다.
공운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공공기관 임원들을 대상으로 성과급 10%(금융형 기관 15%) 이상을 자율반납하라고 권고했다.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성과급은 단체협약을 거쳐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할 것도 함께 권고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공공기관들은 사실상 공공재원으로 운영되는 조직과 다를 바 없다”며 “생산성·변화대응 등 끊임없는 혁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직무 중심으로 보수체계를 개편하고 임금피크제 인력활용 개선 등 인사 운영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129개 경영평가 대상 기관 중 직무급제를 도입한 곳은 석유관리원·새만금개발공사·산림복지진흥원 3곳뿐이다.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은 “올해 평가에도 직무급제 도입이 일부 반영됐다”면서 “내년 평가 때도 직무급제 도입 상황 등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한재영기자·하정연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