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매각 주관사 선정과 해외 전략적투자자(SI)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본격화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쌍용차(003620)의 새로운 주인이다. 상하이차에 이어 마힌드라를 거쳐 쌍용차를 새롭게 인수할 업체를 두고 업계에서는 설왕설래가 오간다. 일단 인수후보로는 중국 완성차 업체 2곳과 미국 및 유럽 완성차 업체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설익은 단계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최근 매각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새 주인 찾기에 돌입했다. 삼성증권은 글로벌 전략적제휴사인 유럽계 IB 로스차일드와 함께 매각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는 10년 전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할 때 인수자문을 한 바 있다. 10년 만에 매수 주관사에서 매각 주관사로 바뀐 셈이다.
삼성증권은 해외 주요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투자제안서(IM) 발송을 준비하는 등 본격적인 매각작업을 벌인다. BYD·지리자동차를 비롯한 중국 등 해외 완성차 업체 3~4곳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SI를 찾기보다 해외 SI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무적투자자(FI) 역시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각 대상은 마힌드라가 보유한 쌍용차 지분 74.65%다. 매각 가격은 시총 기준 2,000억원 중반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2,000억원 후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최대주주인 마힌드라는 지난 4월 2,300억원의 투자계획을 철회하며 새 투자자를 찾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대주주 지위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손실이 이어지며 올 1·4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가진 기술력과 메이드인코리아의 가치로 볼 때 해외 완성차 기업이 관심을 보이겠지만 코로나 19 상황이 변수”라고 전했다.
쌍용차 인수에는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업체들이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비야디(BYD)와 지리자동차가 거론된다. 또 마힌드라와 전략적 제휴관계인 미국 포드자동차, 유럽 및 베트남 기업 등도 인수후보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가능성 높은 인수후보로 중국 1위 전기차 업체인 BYD를 꼽고 있다. 중국 자동차 전문매체인 중궈치처보도 전기차 중심인 BYD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업체와의 제휴 등을 통해 SUV전기차 인수를 검토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BYD는 한때 쌍용차 평택공장을 활용해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쌍용차 인수를 발판 삼아 국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BYD는 외형 확장을 위해 신흥국인 인도는 물론 선진국인 유럽·미국까지 진출하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볼보를 인수한 지리차도 후보로 꼽히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내연기관 업체인 지리차가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기술적인 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리차는 전기차 업체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안다”며 “현실적으로 쌍용차를 인수할 요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때 업계에서는 지리차가 쌍용차 인수를 위해 한국에 실사를 다녀갔다는 소문도 돌았다.
미국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포드가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포드의 쌍용차 인수설은 마힌드라가 추가 투자계획을 철회한 후부터 꾸준히 나왔다. 포드는 마힌드라와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2억7,500만달러(약 3,30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양사는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SUV 3종과 전기차 1종을 공동개발할 계획이다. 이 중 전기차 개발에 쌍용차도 간접적으로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가 쌍용차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마힌드라와의 협업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고 쌍용차와 전기차 개발 시너지를 높이는 동시에 쌍용차 평택공장을 활용한 포드 차량 생산 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외에 베트남 기업과 유럽 기업 등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의 경우 독자적 기술로 완성차를 생산하는 업체가 없어 쌍용차의 플랫폼과 기술력을 탐내는 기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관사인 로스차일드가 유럽 인수·합병 시장의 강자인 점을 들어 쌍용차의 유럽계 기업 인수설도 시장에는 나돌고 있다.
다만 최종 매각작업을 매듭 짓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지원하는 원칙을 고수하는 터라 쌍용차의 새로운 대주주가 나타나더라도 마힌드라의 지분 인수 금액에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쌍용차의 국내 및 해외 시장점유율, 열악한 재무구조를 감수하고 인수할 기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쌍용차는 이날 중국 송과모터스, 효림정공과 함께 티볼리 반조립 부품(KD) 판매와 플랫폼 기술협력에 대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KD(Knock Down) 수출이란 주로 완성차 수출이 어려운 나라에 자동차를 부품 형태로 수출해 현지공장에 조립·생산 및 판매하는 방식이다. 특히 수입 관세를 피할 수 있어 현지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 완성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격 경쟁력이 높고 기술이전료와 높은 마진까지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