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리츠 시장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전 세계 최대의 리츠 시장인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뉴욕에 주로 투자하는 리츠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뉴욕은 미국 최대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이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가장 컸던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으로 당분간은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8일 뉴욕의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올랐으나 다시 재확산 우려가 커지며 회복 속도가 더뎌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커머스 시장 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19까지 겹친 리테일 리츠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스트리트 리테일(street-retail) 자산의 타격이 큽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뉴욕이 봉쇄되면서 스트리트 리테일이 사실상 폐점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는 미국의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과 모기업 L브랜즈가 임대료를 내기 힘들다며 뉴욕 맨해튼 헤럴드스퀘어에 위치한 매장의 소유자인 부동산투자회사 ‘SL그린’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뉴욕에 많은 자산을 소유한 리츠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SL그린은 뉴욕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리츠 중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회사입니다. 뉴욕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작년 말 기준 SL그린은 뉴욕에 위치한 97개 자산에 대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오피스와 리테일에 주로 투자를 하는데 코로나19로 실적이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SL그린의 지난 1·4분기(1~3월) 순임대수익(net rental revenue)은 1억 9,55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를 하회 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했습니다. 주가도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L그린의 주가는 주당 51.87달러로 마감해 올 들어 43.5% 하락한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SL그린은 어떤 전략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갈까요. 이경자 삼성증권 대체투자담당 연구원은 SL그린이 크게 두 가지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우선 포트폴리오 재조정 입니다. SL그린은 최근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위치한 리테일 자산을 계열사에 매각했습니다. 이를 통해 총 1억 7,000만달러를 확보했습니다. 또한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채권과 우선주를 매각해 49억달러를 확보했습니다. 두 번째는 최근 맨해튼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임차인 확대 전략입니다. 월스트리트가 있는 뉴욕은 전통적으로 금융 회사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최근 IT 기업들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맨해튼 내 테크·광고·미디어·정보 등 소위 ‘TAMI’ 산업의 임차인 비중은 35%에 달합니다. 특히 최근 스트라이프(Stripe), 플레이드(Plaid) 등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던 핀테크 기업들이 뉴욕으로 거점을 옮기면서 핀테크 기업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SL그린의 자산별 임차인 비중은 금융이 27%, IT가 9%로 금융이 IT에 비해 3배 정도 크지만 최근 IT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 연구원은 “2018년 샌프란시스코가 금융분야에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킨데다 작년에 샌프란시스코의 오피스 임대료가 7%나 상승하면서 부담이 커져 뉴욕으로 이주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뉴욕에서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유리한 점도 IT 기업들이 뉴욕을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리츠들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뉴욕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은 긍정적입니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맨해튼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임대료 상승률을 크게 하회하고, IT로 산업다각화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오피스 시장에서 뉴욕이 차지하는 위상과 넘치는 유동성을 감안하면 맨해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조정은 강하지만 짧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