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뒷북경제] 성과급 더 받으려 조작한 고객만족도...돌아온건 성과급 無

철도공사 '미흡'...정책 코드 잘 맞춘 기관은 등급유지·상향

작년 3.6조 적자내고도 건보공단 ‘우수’, 실적악화에도 한전은 '양호'

정부, 코로나 고통 분담차원 “모든 임원 성과급 10% 자율 반납 권고”




공공기관들의 지난해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성적이 D이하로 나쁘면 성과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공기업들은 아주 민감하게 여깁니다. 129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중 최고등급인 S(탁월)는 올해 역시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2011년 한국공항공사 이후 8년 연속입니다. ‘우수(A)’는 21개(16.3%), ‘양호(B)’ 51개(39.5%), ‘보통(C)’ 40개(31.0%), ‘미흡 이하(D, E)’는 17개(13.2%)였습니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임원의 비위 등 일탈행위, 정부 지침 위반 등으로 복합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유일하게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았습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한 것이 적발돼 미흡(D) 등급이 매겨졌습니다. 기획재정부는 기관장인 손병석 사장에게는 경고 조치, 관련자는 인사조치를 요구했습니다. 철도공사 직원들에게는 성과급도 나가지 않습니다. 철도공사 일부 직원들은 자체 경영실적 평가를 높게 받고 성과급을 많이 타려는 의도로 고객인 척하고 고객만족도 조사에 끼어들어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 정부 감사에서 확인돼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공공기관 경영평가


미흡등급 이하 17개 실적 부진 기관 중 재임기간 6개월 이상인 기관장 15명은 경고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해당 기관은 대한석탄공사, 에스알(SR), 한국철도공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산업인력공단, 승강기안전공단, 시설안전공단, 한국전력거래소, 시청자미디어재단,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창업진흥원,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보육진흥원, 한국해양수산연구원 등입니다. 대한석탄공사와 한국해양수산연수원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11개 기관 중 재임기간 6개월 이상인 기관장 9명에 대해서도 경고 조치를 취했습니다.


경영평가 성과급은 C등급 이상을 받은 기관에 차등지급 됩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고통분담 차원에서 기관장·감사·상임이사 등 모든 임원 성과급의 10% 이상(금융형 기관은 15% 이상)을 자율 반납하도록 권고했습니다. 다만 올해 자율적으로 임금을 기 반납(반납 결정 포함)했을 경우 해당 기반납분을 제외하고 성과급을 반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직원 성과급으로는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도록 권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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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회하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눈에 띄는 건 정부 코드를 맞춘 기관들의 성적이 올라간 부분입니다. 탈(脫)원전 정책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곤두박질한 한국수력원자력은 등급이 A로 거꾸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한수원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7,831억원으로 1년 전보다 31.6% 줄었습니다. 조(兆) 단위 적자를 낸 한국전력 역시 ‘양호(B)’ 등급이 유지됐습니다.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케어’의 영향으로 지난해 3조6,266억원 적자를 낸 국민건강보험공단도 A 등급을 유지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적용된 일자리·윤리경영·상생 등 이른바 ‘사회적 가치’ 중점 평가 기조가 올해도 반영된 덕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들은 사실상 공공재원으로 운영되는 조직과 다를 바 없다”며 “생산성·변화대응 등 끊임없는 혁신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직무 중심으로 보수체계를 개편하고 임금피크제 인력활용 개선 등 인사 운영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129개 경영평가 대상 기관 중 직무급제를 도입한 곳은 석유관리원·새만금개발공사·산림복지진흥원 3곳뿐입니다. 정부 정책 기조를 잘 따른 기관이 좋은 점수를 받아 성과급을 받게 됐는데요. 국민 세금으로 주는 성과급이라면 과거 지녔던 ‘철밥통’ 이미지를 깨고 혁신을 추구하는 기관에 더 챙겨줘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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