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단독] 남북연락소 '업그레이드' 사업, 北폭파 이틀 뒤 포기

통일부, 18일 연락소 시스템 교체 사업 포기

연락 차단·폭파 위협에도 재입찰 강행했지만

16일 완파로 건물 실체 사라지자 결국 취소

완파 뒤에도 "사무소 기능은 계속 유지돼야"

북한이 지난 16일 오후 2시50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장면. /연합뉴스북한이 지난 16일 오후 2시50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장면. /연합뉴스



남북 연락선 차단은 물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폭파 위협에도 강행하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 시스템 ‘업그레이드’ 사업을 정부가 청사 완파 이틀 만에 결국 취소했다. <관련기사> ▶[단독] 文정부, 北김여정 폭파 위협에도 남북연락소 '업그레이드' 강행

21일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는 지난 18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신규 그룹웨어 도입 및 자료관리 시스템 구축사업’ 입찰 작업을 취소했다. 이달 16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지 이틀 만이다.


통일부는 당초 이번 사업을 통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 시스템을 사실상 통째로 교체할 계획이었다. 기존에 쓰던 소프트웨어와 자료관리 시스템은 상호 연계성이 낮아져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해당 사업에는 그룹웨어 구축에 필요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는 물론 전자결재 시스템, 별도 포털, 게시판, 메일, 업무용 메신저 등이 모두 포함됐다. 총 사업 금액은 5,86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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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은 그 추진 시기가 하필 김 제1부부장의 협박 시기와 맞물려 논란이 됐다. 김 제1부부장은 공교롭게도 첫 사업 공고가 나간 직후인 이달 4일 연락사무소 폐쇄를 경고했다. 이어 9일 실제 모든 연락선을 차단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사업 추진을 멈추지 않았고 11일 입찰이 한 차례 유찰된 뒤에도 12일부터 23일까지 사업자를 찾겠다고 또 나섰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김연철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김 제1부부장은 13일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마지막 위협을 가했지만 통일부는 그때도 사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김 제1부부장의 경고는 결국 지난 16일 현실이 됐고 통일부는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무소의 실체 자체가 사라지자 이틀 뒤 사업을 포기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그 여파로 17일 사의를 표명하고 19일 공식 퇴임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통일부가 남측 연락사무소 인력에 대한 인사를 계획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연락사무소 기능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인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락사무소 폭파에 따른 남측 피해 규모에 대해선 “현재로서는 피해손실액을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2018년 9월 연락사무소 개소에 합의했을 당시 청사 개보수 비용으로 33억원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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