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격리해제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전문가 권고가 나왔다. 발병 직전 또는 초기에 대량의 바이러스를 배출하다가 수일이 지나면 전염력이 매우 낮아지는 코로나19 특성상 장기 격리가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주치의 등으로 꾸려진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21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지침개정 및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중앙임상위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은 발병 2주째에 바이러스 배출이 많은 반면 코로나19는 발병 초기 수일이 지나면 전염력이 없거나 매우 낮아지므로 메르스처럼 장기간 격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서는 불활성화된 바이러스나 파괴된 바이러스 조각만 있어도 ‘양성’이 나올 수 있다”며 “PCR 음성을 격리 해제 기준으로 설정하면 불필요한 장기 입원이나 격리로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고, 입원이 꼭 필요한 환자가 제 입원 못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환자가 발열 등 임상 증상이 사라진 뒤 하루 간격으로 두 차례 실시한 PCR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와야만 격리에서 해제한다. 그러나 중앙임상위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해외 주요국에서도 PCR 검사에서의 음성을 격리해제 기준으로 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WHO는 코로나19 발병 10일 이상 지난 후 3일 이상 증상 없으면 격리 해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중앙임상위는 국내 55개 병원, 3천60명의 코로나19 환자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내놓았다. 이 연구에서 50세 미만 성인 환자 중 확진 당시 호흡곤란이 없고 고혈압, 당뇨, 만성폐질환, 만성 신질환, 치매 등 기저질환(지병)이 없던 환자는 산소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등증 또는 중증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1.8%였다. 이들 중 호흡수가 22회 미만이고 수축기 혈압이 100mmHg 이상인 환자가 산소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악화하는 건 0.1%에 불과했다.
중앙임상위는 50세 미만의 성인이면서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낮은 환자는 퇴원 조치해 자택 혹은 생활치료시설에서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최대 59.3%의 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방지환 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저위험 환자의 경우 호흡곤란 등 증상이 악화했을 때 이를 확인해 신고해 줄 보호자가 있다면 병원에 입원할 필요 없이 집에서 격리가 가능하다”며 “만일 적절한 보호자가 없다면 생활치료센터로 전원을 고려해야 하다”고 조언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