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나치의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는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되면 결국 믿게 된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비슷하게 중국 고전에는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다. ‘세 사람이 짜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말로, 근거 없는 말도 여럿이 하면 곧이듣게 된다는 뜻이다.
요즘에도 바로 이런 효과를 노리는 다양한 광고 문구들을 볼 수 있다. 부정적인 말이라도 반복적으로 노출해 그 이미지를 희석 또는 반전시켜 마케팅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마약○○’이다. 주로 음식이나 생활용품 등의 상호로 사용되고 있는데 김밥·떡볶이·치킨·빵·족발 등 대중적이고 친근한 음식 이름 앞에 ‘마약’을 붙여 마치 ‘매력적인 중독성’이 있는 것처럼 홍보한다.
올해 초 서울시가 ‘국어사용조례’를 일부 개정해 ‘메뉴판 등에 마약김밥·마약떡볶이 등의 표현을 쓰지 않도록 영업자에게 권고’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기도 했지만 창궐하는 마약 마케팅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마약’이나 ‘중독’과 같은 표현이 일상적이고 평범화된 요즘 청소년들이 마약을 가볍게 여기게 되는 것에 대한 그간의 우려를 입증이라도 하듯 암호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다크웹 등 랜선을 이용한 10~30대의 마약 거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2~5월 진행된 ‘마약류 등 약물 이용범죄’ 집중단속기간에 검거된 마약류 사범 중 인터넷을 이용한 경우가 31%를 웃돌았다. 1년 전 18%가량에서 1.5배 늘어난 것이다. 더욱이 연령대별로 30대가 26.8%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26.6%로 뒤를 이었다.
여기에 더해 중독성 처방의약품(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실태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것이 수면마취제 성분인 프로포폴, 아편계 진통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 식욕억제제 성분인 펜터민·펜다이메트라진 등이다. 과거 일부 유명인들의 오남용 이슈로 널리 알려진 이들 의료용 마약류가 이제는 국민의 일상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드는 양상이다. 실제로 보도에 따르면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하루에 수면내시경을 세 차례나 받기도 하고 1년 동안 십수 곳의 의료기관에서 500여차례 이상 프로포폴을 처방받아 수사 대상에 오른 이들도 있다. 명의를 도용해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수면제나 식욕억제제를 수천 정 이상 처방받은 사례도 많다.
약물로 감정이나 행동을 조절할 경우 강렬한 경험을 줄 수는 있지만 이내 뇌의 조절능력이 상실돼 의존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쾌락중추신경에 문제가 생겨 약물 없이는 일상 수준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 바로 중독이다. 특히 뇌가 한창 발달 중인 청소년들이 약물에 중독되면 전두엽에 문제가 생겨 사고능력이나 문제 해결, 의사결정, 충동 조절이나 통제력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임신 또는 모유 수유 중 약물을 사용하면 신생아에게 떨림·발작·행동발달장애 등이 생기는 신생아 금단증후군을 유발할 수도 있다.
단언컨대 매력적인 중독은 없다. 마약이 근본적인 속성을 감추고 일상성과 평범성으로 희석돼 우리 생활에 녹아든다면 개인은 물론 그 사회는 매우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의료진과 소비자 모두 의료용 마약류 사용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정부도 법적 처벌에만 기대지 말고 보다 적극적인 예방과 조기 개입 및 치료 서비스 제공을 통해 약물중독으로 인한 폐해 예방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