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소비자들이 컵이나 수저 한 벌에도 자신만의 취향을 담길 원합니다. 가전을 고를 때 예전엔 기능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기능은 기본이고 자신의 스타일과 가장 가까운 물건을 고릅니다.”
부엌 한 가운데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떨치는 냉장고를 색(色) 다르게 바꿔놓은 최중열 삼성전자(005930) 전무는 비스포크 디자인의 토대가 된 사회적 흐름을 이렇게 짚어냈다. 식재료가 많이 들어가느냐를 따져 구매를 결정했던 과거에 종지부를 찍고, 당당히 ‘취향저격’을 언급할 수 있는 신개념 가전은 결국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맞춘 결과였다. 1년 전, 엇비슷한 디자인 탓에 용량만 따지던 소비자들은 개성 살린 주방 가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팀을 이끌고 있는 최 전무는 ‘색에 초점을 맞춘’ 비스포크 냉장고가 시대적 변화를 기민하게 잡아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가 비스포크 디자인의 탄생 비화를 털어놓은 22일은 삼성전자가 비스포크 디자인을 적용한 삼성 올 인덕션을 공개한 날이자 지난해 6월 첫 출시된 비스포크 냉장고로 시작한 취향가전으 세계를 1년여 만에 ‘주방가전 풀 라인업’으로 완성한 날이기도 하다.
"부엌이 바뀌는 것에 주목했다" |
최 전무는 비스포크 냉장고는 기존 제품의 ‘차가운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짚었다. 그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정말 다양한 색상을 시도했다”며 “색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호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사용자가 직접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더 많이 제공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색상뿐 아니라 다양한 질감과 모듈을 제공해 라이스프타일에 맞춘 제품을 내놓으려 했다고 부연했다.
그와 디자인팀은 비스포크 디자인을 최종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소비자가 냉장고를 사용하는 행태, 주방 공간에서의 냉장고 위치와 크기는 물론, 주방에 대한 소비자 인식변화도 고려했다. 그는 “부엌은 요리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가족이 서로 모여 대화를 나누는 공간, 업무 공간, 아이들의 놀이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렇게 공간 활용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주거 트렌드에 주목하고 사용자들의 생활 주기를 따라갈 수 있는 냉장고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 전무는 “밀레니얼이 추구하는 가치와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했다”며 “비스포크가 밀레니얼에게 선망성, 재미, 영감을 주는 무한한 조합이 가능한 ‘크리에이티브 팔레트’로 보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취향따라 고르는 가전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낸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도 비스포크 냉장고를 선보였다. 중국을 시작으로 러시아까지 발을 넓혔다. 앞으로 영국, 미국 등으로 판매지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최 전무는 삶과 주거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취향가전의 선택 폭을 넓혀가겠다고도 했다. 그는 “소비의 핵심 세대가 된 밀레니얼들이 중시하는 삶의 가치를 디자인에 담기 위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심도 있게 연구하고 있다”며 소비자 취향과 안목을 관찰하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