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서적 전문 출판사인 까치글방의 창립자 박종만(사진) 대표가 지병으로 지난 14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까치글방은 “1977년에 까치글방을 창립하고 40여 년간 이끌어온 박종만님께서 지난 6월 14일에 타계했다”고 22일 밝혔다. 유족들은 고인의 유언에 따라 가족들만 모여 장례 미사를 드린 후 뒤늦게 부음을 전했다.
고인은 경남고와 부산대 영문학과 졸업 후 1975~1977년 월간 ‘뿌리깊은 나무’ 편집부에서 일했다. 까치글방을 창립한 후에는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한국 민족주의의 이념과 실태’를 첫 책으로 펴냈다. 이후 고인은 독자들의 지적 갈등 해소를 위한 다양한 학술 명저를 출간했다.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아놀드 토인비의 ‘토인비의 전쟁과 문명’ 등 인문·사회과학 분야 고전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으며,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스티븐 호킹의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괴델, 에셔, 바흐’ 등 해외 과학도서를 출간해 한국 사회의 지적 발전에 기여했다. 70만부 팔린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20만부 팔린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등이 까치글방에서 나온 베스트셀러들이다. 고인은 책의 날 기념 국무총리 표창(2000), 올해의 출판인상(2001), 대한민국 문화예술상(2004)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아들 후인 씨와 까치글방 발행인을 맡고 있는 딸 후영 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