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홀(파4·329야드)에서 드라이버 샷을 홀 90㎝ 옆에 붙인 브룩스 켑카도, 괴력의 장타자로 변신한 브라이슨 디섐보(이상 미국)도 아니었다. 3타 차 이내에 무려 21명이 몰린 혼전의 최후 승리자는 장타 대신 정교한 샷을 구사하는 웨브 심프슨(35·미국)이었다.
심프슨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턴헤드의 하버타운 골프링크스(파71)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헤리티지(총상금 710만달러)에서 나흘 합계 22언더파 262타의 성적으로 정상에 올랐다. 공동 선두로 출발한 최종 4라운드 마지막 7개 홀에서 5타를 줄이는 뒷심으로 7언더파 64타를 쳐 우승상금 127만8,000달러(약 15억5,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2위 아브라함 앤서(멕시코)를 1타 차로 제쳤다.
지난 2012년 US 오픈 챔피언인 심프슨의 PGA 투어 통산 일곱 번째 우승이었다. 2월 피닉스 오픈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정상에 올라 저스틴 토머스, 브렌던 토드(이상 미국)와 시즌 2승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 그는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을 보태 이 부문 1위(1,573점)로 올라섰다. 1위였던 임성재(22·CJ)는 이번 대회 컷 통과에 실패해 3위(1,526점)로 밀렸고 토머스가 2위(1,543점)에 자리했다.
심프슨은 공동 선두로 출발했지만 중반까지는 우승권에서 밀려나는 듯했다. 상위권에서 ‘버디 파티’가 펼쳐진 이날 9번홀까지 2타밖에 줄이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퍼트가 살아나면서 순위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12번홀(파4) 3m 버디가 신호탄이 됐다. 수시로 선두가 바뀌는 난타전 속에 13번홀(파4) 6m 버디를 보탠 그는 15번(파5)·16번(파4)·17번홀(파3)에서 중거리 퍼트를 잇달아 떨궈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마지막까지 1타 차로 추격의 끈을 놓지 않은 앤서의 18번홀(파4) 긴 버디 퍼트가 빗나가면서 심프슨의 우승이 확정됐다.
미국의 ‘아버지의 날’에 트로피를 들어 올린 심프슨은 3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떠올렸다. 아버지가 좋아했던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우승을 일궈낸 그는 2012년 US 오픈 우승도 아버지의 날에 차지했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US 오픈이 오는 9월로 연기되면서 대회 일정이 조정됐다. 다섯 자녀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2018년에는 어머니의 날에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장타 부문 80위권인 심프슨은 그린적중률 11위의 아이언 샷과 평균 퍼트 수 7위의 퍼트를 앞세워 견고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다.
찰스슈와브 챌린지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을 노린 대니얼 버거(미국)가 티럴 해턴(잉글랜드)과 함께 20언더파 공동 3위로 마감했다. 9번홀에서 ‘앨버트로스성 이글’을 잡은 세계 4위 켑카는 18언더파 단독 7위, 디섐보와 세계 3위 토머스는 1타 차 공동 8위에 자리했다. 세계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11언더파 공동 41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