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접근방식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출간될 예정인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다음날(4월28일)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해왔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며 황홀해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회담을 강력히 밀어붙였다고 강조했다.
볼턴에 따르면 일본의 시각은 정반대였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인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언급했던 키포인트를 반복했는데 이는 문 대통령의 지극히 긍정적인 시각(over-optimistic)과 정반대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을 믿지 못하는 일본은 핵 문제와 납치 이슈에 있어 구체적이면서 모호하지 않은 약속을 원했다”고 지적했다.
볼턴은 한국이 2018년 6·12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 때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했지만 북한에서도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도 밝혔다. 문 대통령이 4월2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판문점에서 남북미 3자 회담 직후 북미 정상이 회담할 것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또 매파 성향인 볼턴이 국가안보보좌관에 취임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접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과의 외교를 평가절하하고 군사 옵션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초강경 대북 매파의 성향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회고록에 따르면 볼턴은 2017년 12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과 이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당시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였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선제 타격이 왜, 그리고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또 비무장지대 북쪽 북한의 장사정포를 향해 어떻게 대량의 재래식 폭탄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볼턴은 또 미국이 북한을 핵국가로 둘 것인지, 아니면 군사력을 사용할지에 대한 양자택일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유일한 다른 대안은 한국 아래에서 한반도를 통일하거나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는 것이지만 이는 중국과의 협력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전쟁 확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50대50?”이라고 묻자 볼턴은 “그것은 중국에 달려 있지만 아마도 50대50”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듬해 4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발탁됐다.
이처럼 남북미 3국 정상의 내밀한 얘기까지 책에 담아 파장이 커지고 있지만 볼턴의 회고록이 어디까지 사실일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볼턴은 ‘메모광’이라고 불리는 것을 확인해주듯 책에도 구체적인 대화와 상황 등 그간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적어놓은 부분이 많다. 하지만 회고록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 역시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능함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대표적 ‘매파’로 불리는 볼턴이 강경파 시각에서 회고록을 집필한 부분도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요인이 담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당시 북미외교에 관여했던 인사들로부터 거짓이라는 뭇매를 맞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볼턴은 반쪽 진실과 완전히 틀린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