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역대 최대 규모의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에 대해 “사업설계를 보완하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 사업과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한국판 뉴딜의 세부 사업이 부실하거나 효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대립을 하고 있는 여야가 이번 주 원구성에 실패하면, 문 대통령의 ‘비상한 방법’ 주문에 따라 176석 민주당 단독으로 35조 원의 추경이 국회를 통과할 우려가 나온다.
예정처 “역대 최대 빚 추경안, 사업효과 의문” |
보고서는 이번 추경 규모가 35조 3,000억원 규모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약 28조9,000억원)을 뛰어 넘는 역대 최대규모라고 평가했다. 추경을 위해 빚을 내는 국채발행 규모도 23조 8,0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경제가 0% 또는 역성장할 상황에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이 국가재정법상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대량실업 발생 또는 발생 우려 등을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으로 추진할 △고용안정 특별 대책 △한국판 뉴딜 사업 △금융안정 패키지 후속 조치 등의 세부 사업이 부실하다고도 진단했다.
이번 추경은 고용과 관련해 총 8조9,000억원을 구성해 약 155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예정처는 이에 대해 “5월 기준 전체 실업자 수 127만 8,000명을 초과하는 규모이고 경기가 좋을 때도 실업자 수가 100만 명 정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볼 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상당수는 일회성 단기 공공부조 성격에 그치게 될 우려가 있어 국회 심의과정에서 사업설계를 보완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추경이 통과된 후 7월 이후 쏟아질 일자리만 55만 개로 평가하며 “노동시장의 초과 공급이 우려된다”고 평했다.
文 ‘한국판 뉴딜’ 상당수 ‘사업 부실·불확실’ |
그러면서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9개 사업(약 9,343억원)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 제23조에 따라 사업 규모와 수단 등 타당성을 검토하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타가 면제된 사업이 적절한지 재검토하라는 말이다.
이와 함께 △ ‘그린뉴딜 유망기업 육성’ △ ‘스마트 그린도시’ △산업단지 태양광 발전사업자 사업 △스마트 SOC 사업 △호흡기 전담 클리닉 설치·운영지원 사업 등은 ‘사업계획이 부실한 사업’으로 분류했다. 또 ‘사업효과가 불확실한 사업’에 △인공지능(AI) 바우처 지원 △빅데이터 플랫폼 및 네트워크 구축 등과 1개월만 운영하는 △전국 여행업체 실태 전수조사 등을 분류하고 “철저한 사업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산업계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금융안정 패키지 후속조치’도 면밀히 설계하고 검토하라는 지적이 나왔다. 예정처는 “ 위기산업과 기업에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도록 세부계획이 설계되었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채권매입 프로그램은 수행을 정책금융기관 등 비정부기관이 하는데 산업계 또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기보다 리스크관리(위험회피)에 치중할 수 있다고도 판단했다. 또 저신용등급 기업에 금융지원을 하는데 대해서는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까지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재정의 효율성과 건전성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여야 극단 대립, 여당 단독 심사 통과 전망도 |
문 대통령은 국회에 ‘비상한 방법’을 주문했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원 구성과 추경 심사를 이달 중 끝내겠다”며 속도전에 나섰다. 자칫하면 정쟁을 벌이느라 역대 최대규모의 추경안이 야당의 견제를 받지 않은 채 여당 단독으로 처리될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영진 원내 총괄수석부대표가 “이번 주 목요일이나 금요일(26일)은 원 구성을 마무리할 테니 모든 의원들은 국회에서 한 시간 내 대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