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론칭한 이후 5년 만인 2018년 매출액 1,000억 원에 육박했던 인터넷 쇼핑몰 임블리. 한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의 쇼핑몰 론칭이 인기를 얻던 시점으로 임블리의 성공은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습니다. 여기에 발랄하고 귀여운 임블리의 임지현 상무가 직접 피팅 모델이 돼 소비자들과 SNS를 통해 직접 소통에 나선 것 역시 소비자를 파고들었습니다. 패션 모델이 입는 옷은 왠지 동양인 체형에 맞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아쉬워하던 한국 여성들의 니즈를 파고 들었던 것입니다. 타이밍과 시장의 니즈가 마치 ‘신의 한수’처럼 맞아 떨어지며 임블리는 백화점 브랜드 부럽지 않은 매출을 올렸고, 화장품, 미용 식품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습니다. 회사를 키워가는 스텝을 임블리 역시 그대로 밟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때부터 생긴 것입니다. 곰팡이 호박즙 사태를 비롯해 저질 옷감, 명품 옷 카피 등으로 온갖 구설에 오르기 시작한 것. 친근감과 신뢰로 대박을 터트린 쇼핑몰의 몰락은 이렇게 시작됐다. 가성비로 컸지만 신뢰가 없으면 끝이라는 ‘가신(信)비’는 몰랐던 것입니다.
최근에는 상품 후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또 한 번 충격을 줬습니다. 곰팡이 호박즙 사태 이후에도 봉사활동을 한다며 사진을 올려 진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임블리는 후기 조작으로 공정거래위원으로부터 소비자 기만적 유인에 시정명령 및 과태료 3,300만 원을 부과받았습니다. 소비자 기만적 유인이라는 무시무시한 ‘죄’에 비해서 3,300만 원 어째 좀 적다는 느낌도 살짝 듭니다. 조작된 후기를 통한 판매량이 과연 3,300만 원에 그칠까요? 고객에 대한 신의를 저버린 가치는 가격으로 환산하기도 어려울 정도일 것입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소비가 많아지는 요즘 임블리의 사례는 특히 눈여겨 볼만 합니다. 가능하면 모든 것을 비대면으로 처리하려는 분위기 속에 쇼핑몰의 상담 역시 전화보다는 카카오톡 등을 통해 이뤄는 경우가 많아졌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바코르를 찍어 가며 직접 결제를 하는 서비스도 많아졌다.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됐던 키오스크 단말기가 코로나로 인해 확산된 것이다. 의도하지 않게 말입니다.
비대면 서비스가 중심이 되면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은 아마도 소통일 것이다. 소통은 신뢰의 기본이니까요.
임블리 이야기를 이렇게 길 게 한 것은 최근 확대되고 있는 비대면 거래 때문입니다. 모든 쇼핑몰을 비롯해 판매자들이 비대면을 지향하는 가운데, 소통의 길이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만이 생길 때 비대면 서비스라, 너무나 답답할 것 같습니다. 마치 기업의 콜센터를 외주를 줘 소비자 불만이 폭주했던 과거가 오버랩됩니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그야말로 ‘뺑이치는 느낌’이고 불만은 해결이 되지 않고 말입니다.
잠시 또 다른 이야기를 하면, 칸 영화제에서 두 번이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역시 떠오릅니다. 평생 성실하게 목수로 살았지만 갑작스럽게 병이 나서 실업 급여를 받으려는데 절차가 너무 복잡한 데다 각각의 절차를 수행하는 곳이 모두 ‘외주’업체였습니다. 소통이 될리가 없죠. 다니엘이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수 없이 콜센터에 전화하는 장면이 수 없이 반복됩니다. 언택트 소비 시대의 예고 영상, 쿠키 영상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임블리의 후기 조작도 다니엘의 눈물겨운 실업급여 받기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