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가 불법 사금융에 칼을 빼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난 틈을 타 서민을 대상으로 한 불법 대출이 기승을 부리면서다. 정부 부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제도 개선과 즉각적 단속을 통해 불법 사금융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 근절 방안의 핵심은 불법 사금융업자의 최고 이자율을 현행 24%에서 6%로 제한한 데 있다. 현재는 불법 사금융업자가 최고 금리를 초과하는 고금리로 불법 대출을 해도 합법적인 업자와 마찬가지로 최고 금리 수준인 24%까지 이자를 받는 게 가능했다. 이를 상법상 개인 간 상거래에 적용되는 이자율인 6%까지만 받을 수 있게 바꾼 것이다. 6%를 넘는 이자 지급분은 원금 변제로 충당하고 이후 남은 금액은 차주가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금융위원회 측은 “불법 사금융은 이자를 아예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다른 법 체계와 연관성, 과잉금지원칙 등을 고려해 6%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원금에 연체이자까지 합친 금액에 이율을 적용하는 재대출에도 제동을 걸었다. 가령 기존에는 100만원을 이율 20%로 빌려서 갚지 못하면 연체이자를 포함해 120만원을 다시 대출할 때 120만원 총액에 이자율을 적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원금 100만원에만 이율이 적용되도록 한다.
불법 사금융 광고에 대한 처벌 근거도 명확하게 규정한다. 현행법상 대출상품명을 도용할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공 기관을 사칭하는 경우에는 처벌 규정이 없었다. 이 때문에 ‘서민금융진흥원’과 유사한 ‘서민금융진흥연합회’ 식으로 불법 사금융 광고를 진행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발됐다. 정부·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등을 사칭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처벌 수위도 현행 벌금 3,000만~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한다. 정부 부처는 이 같은 제도 개선책을 포함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이달 중 입법 예고해 연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제도 개선과 별도로 즉시 불법 사금융 광고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도 시행한다. 관계부처는 오는 29일부터 연말까지를 ‘불법 사금융 특별근절기간’으로 선포하고 예방·차단-단속·처벌-피해구제-경각심제고 등 전 단계에 걸쳐 즉각적인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당장 금융감독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방송심의위원회 등이 함께 온·오프라인 불법 사금융 광고를 대대적으로 단속한다. 불법 온라인 광고의 경우 방심위에 접속 차단을, 오프라인 광고는 과기정통부에 전화번호 이용 중지를, 스팸 문자는 인터넷진흥원에 스팸 발신 차단을 요청할 계획이다. 또한 신종 수법 출현 및 피해 증가가 우려될 시에 긴급재난문자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경고 문자도 발송한다.
적발된 불법 광고·통신수단은 방통위와 과기정통부 등의 긴급차단절차를 적용해 빠르고 지속적으로 차단한다. 종전 2개월에 걸쳐 차단되던 불법 사금융 온라인 광고를 2주 내외에 차단되도록 한다. 전화번호는 3일 내외로 차단된다. 통신사 변경 시에도 차단은 유지된다. 오프라인에서는 불법 대출 전단 등이 상습 배포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단을 집중 수거해 단속 수사에 활용하고 노출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연말까지 강도 높은 단속을 펼치기로 한 데는 불법 사금융 피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데서 비롯됐다. 하루 평균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제보는 지난 5월 3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0건에서 껑충 뛴 셈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생활고를 겪는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피해를 볼 확률이 큰 만큼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이 같은 근절 방안이 인터넷에서 우후죽순으로 퍼지는 불법 사금융 광고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주 내 불법 사금융 온라인 광고를 차단하겠다고 했지만 하루도 안 돼서 새로운 사이트 개설이 가능한 탓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최대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가운데 전산 연계 등을 통해 2주에서 2~3일로 더 빨리 차단이 가능하도록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