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식품기업인 스위스 네슬레가 인종차별 논란의 소지가 있는 과자 브랜드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인종차별 반대시위에 맞물려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의 흔적이 남아있는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네슬레는 ‘레드스킨스’와 ‘치코스(Chicos)’라는 과자 브랜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네슬레의 과자 브랜드인 알렌스(Allen‘s)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친구, 이웃, 동료가 소외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제품들의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레드스킨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비하하는 표현이며 치코의 경우 남미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들어간 말이다. 이 제품들은 호주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몇 년 동안 불만의 대상이 됐다고 CNN은 전했다. 고객들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으면서 네슬레도 브랜드 이름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레드 스킨은 쫄깃하고 라즈베리 맛이 나는 과자이고 치코스는 초콜릿 맛 젤리다. 앨런스에 따르면 새로운 이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네슬레는 이와 함께 베소데네그라(Beso de Negra)라는 브랜드 이름도 변경할 방침이다. 콜롬비아에서 팔리는 이 제과 브랜드 이름은 흑인 여성의 키스라는 뜻이다.
네슬레 측은 “다양하고 포용적인 문화가 우리 힘의 근간”이라며 “우리의 가치관은 존중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우리는 인종 차별이나 어떤 형태의 차별에도 전혀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정관념이나 무감각한 문화적 묘사를 사용하는 소수의 지역 브랜드 이름을 즉시 변경하고 재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슬레는 아울러 전 세계 2,000여개 브랜드와 2만5,000여개 제품 포트폴리오를 전면 검토 중이다.
미국 식품 기업 퀘이커오츠도 지난 17일 자사 브랜드 중 하나인 ‘앤트 제미마’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앤트 제미마는 펜케익, 시럽 등 제품이 속해 있다. 이 같은 결정은 앤드 제미마 브랜드가 ‘인종차별적인 요소’에 근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브랜드는 ‘늙은 제미마 아줌마’(Old Aunt Jemima)란 노래에 기원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1800년대 후반 백인들이 흑인으로 분장해 흑인 노래를 부르는 공연인 ‘민스트럴 쇼’가 유행했는데 이 쇼에 나오는 전형적인 흑인 유모(mammy·매미) 캐릭터 ‘제미마 아줌마’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매미’는 당시 미국 남부의 백인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살림을 하는 흑인 여자를 낮잡아 부르는 표현이다. 1890년 앤트 제미마 브랜드 펜케익 제품 표지에는 낸시 그린이라는 흑인 여성의 사진이 사용되기도 했다.
레드스킨스라는 이름은 미국의 프로 미식축구팀의 이름이기도 해 최근 인종차별 반대시위와 맞물려 미국에서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워싱턴DC에 연고를 두고 있는 이 팀은 몇 년 간 이름으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지만 팀의 구단주는 이름을 바꾸라는 요구에 저항해왔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