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오는 30일까지 ‘원포인트 사회적대화’에서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더 이상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민주노총과는 달리 재계의 임금 요구에 대해 “노동의 양보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노사 합의를 위해 재계와 정부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에도 배수진을 친 것이다.
김 위원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2차 대표자회의에서 이야기했듯 시한을 이달 30일까지로 못 박았다”며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재계가 요구하는 ‘고용보장 대 임금동결 내지 삭감’에 대해 “열악한 분들에게 이 사회의 중요한 축인 노동이 역할을 다하고 양보를 하겠다는 것은 던지는 의미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대화가 요구만 하기 때문에 풀리지 않는다. 재계도 그렇고 실질적 역할은 정부가 해야 하는데 물러서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재계와 정부가 전향적인 안을 내놓는다면 재계의 임금 요구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건전성과 국가신용도에 대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맞는 말이지만 일자리를 잃고 사회안전망이 부실한데 과감한 재정집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용등급 하락과 비교할 수 없는 혼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대해서도 “평상시에 갖고 있던 입장을 관철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로제 확대 요구에 대해 선을 그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의 비판은 표면적으로는 정부와 경총에 대한 것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민주노총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원포인트 사회적대화’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이해가 가장 첨예하게 부딪치는 부분은 ‘고용보장과 임금동결·삭감’의 주고받기다. 노사정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민주노총은 합의안에 ‘고통 분담’이라는 문구를 삽입하는 데 거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날 “임금과 고용을 주고받는 것은 과거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결국 ‘원포인트 사회적대화’에 배수진을 치고 임금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정부·경총·민주노총 모두에 전향적 모습을 요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방식’ 표현에 대해 “과거의 수법이든 전형적인 것이든 자체의 행위가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현재 정해져 있는 사회적대화 스케줄은 ‘26일까지 집중 교섭→29일 초안 합의→30일 대표자급에서 결론 발표’다.
김 위원장은 합의 후 이행점검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혹은 민주노총의 요구대로 총리실에서 할 것인지를 두고서도 “자꾸 경사노위를 무력화시키면서 다른 쪽으로 대화 채널을 구축하는 것은 신뢰에 맞지 않다. 타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합의를 보든, 보지 않든 경사노위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민주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올해보다 25.4% 올린 1만770원으로 제시한 데 대해서도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1만원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삼성 본사 앞에서 최저임금 결의대회를 열고 강경 행보를 이어갔다. 김명환 위원장은 “우리가 제시하는 인상률이 터무니없이 높은 요구라며 재계와 보수언론이 요란하게 떠벌리고 있다”며 “2019년 재벌 및 대기업 임원진 연봉은 최저임금의 수백배인데 소득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다음 달 4일 3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참여하는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변재현·허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