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환매중단에 빠진 사모펀드 옵티머스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이 김앤장 등 유수 로펌을 선임해 자산회수 속도전에 나선다. 가입 고객들에게 위임을 받아 로펌과 함께 직원들을 투입해 자산 동결 및 회수에 즉각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라임펀드 환매중단 이후 지지부진한 회수절차로 인해 손실이 더 커지는 사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미 펀드 돌려막기로 상당한 자금이 회수 불능상태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NH투자증권은 최근 김앤장 등 2곳의 로펌을 선임하고 조만간 자산회수에 대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과 수탁은행 등으로부터 펀드 자산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대로 김앤장과 함께 증권사 직원들을 투입해 펀드 자산에 대한 실사, 동결 및 회수 등에 즉각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NH투자증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펀드 자산을 파악하고 누군가가 펀드 자산을 빼돌리기 전에 이를 막고 고객자산을 회수해오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다만 펀드 수익자가 개인 및 법인 가입자들인 만큼 이들로부터 위임을 받아 자산회수를 진행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전날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고객 서신에서 “판매사로서는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어 수익권자이신 고객님들께 도움을 요청드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만기가 지난 펀드들은 수익자들이 당장 채권추심을 할 법적 권한이 있으므로 NH 측은 가입자 중 일부로부터 위임장을 받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태스크포스(TF)에 총 26명의 직원을 발령내고 15명의 직원은 고객소통업무에, 11명의 직원은 자산회수 작업에 투입했다. 또 다른 로펌 한 곳은 검찰 고발 업무를 대리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9일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자산운용 임직원 등을 사기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당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에 배당했다. 검찰은 이날 운용사 대표 김모씨, 회사 임원 송모씨, 그리고 변호사 윤씨를 출국금지했다. 윤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류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 자금이 들어간 대부업체 D사 대표 이모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이 환매 연기가 발생하자 즉각적으로 로펌 선임과 검찰 고발에 나선 것은 라임 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라임펀드가 환매중단을 선언한 후 자산실사를 위해 회계법인 선임에 한 달, 회계실사에만 석 달 가까이 소요됐다. 또 금감원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펀드에서 자금이 무단으로 빠져나가는 등 부실 운용이 이어지다가 결국 ‘가교 운용사’ 설립까지 이어졌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판매사들로 나뉘어 있었던 라임의 경우 누구 하나가 주도할 수 없었지만 옵티머스의 경우 펀드의 대부분을 판 NH투자증권이 ‘총대’를 메고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속한 자산회수 절차에 나섰지만 원금을 얼마나 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현재 옵티머스 측에서는 총 5,000억원의 펀드 잔액 중 약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자산은 남아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펀드 자금 대부분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 사업장들의 실체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펀드의 운용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현재 남아 있는 펀드들은 과거부터 진행된 펀드 돌려막기의 꼬리에 해당한다”며 상당한 자금이 증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NH투자증권 판매 펀드 중에서 이날 또다시 15·16호도 만기가 연장돼 환매중단 규모는 68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또 25일에도 추가로 225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현재 대규모 환매중단이 우려되는 펀드에 돈을 넣은 개인투자자는 최소 800여명, 투자 자금은 2,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NH투자증권은 만기가 도래한 펀드 고객들에 대해 펀드 대출 등의 유동성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선보상을 논의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라며 “다만 자금 사용 계획에 차질을 빚은 고객들에 대해 무이자 대출 등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의 경우 공모펀드와 달리 펀드 담보대출이 불가해 대안을 금융당국과 협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