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제로’ 1호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가 1,900여명의 보안검색 요원들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두고 여권에서 연이어 책임회피성 발언이 나와 분노한 민심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이 ‘인국공 사태’를 향한 갈등이 심해지는 이유는 언론의 가짜뉴스 때문이며 청년들이 정부의 문제없는 정책을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선 데 더해, 이해찬 대표는 이번 논란을 “사소한 일”이라고 언급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26일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안검색 요원들의 직고용 방침이)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 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청원경찰 분들은 교육을 받고 몇 년 동안 공항 보안이라는 전문 분야에 종사했던 분들이지 알바가 아니고, 취준생 일자리를 빼앗는다는데 이것도 거짓이다. 정년까지 보안검색 업무만 하기 때문에 사무직 위주인 정규직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며 “사정이 이런데도 왜 20만명이 넘는 분들이 국민청원에 서명을 했겠느냐.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공격하려는 보수 언론의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고 의원도 전날 김 의원과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규직 전환으로 연봉이 5,000만원대로 오른다는 가짜뉴스가 언론을 통해 유포되면서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죄악시되고 말았다”고 적었다.
이어 “공기업 입사가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려운 현실에서 청년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나, 이 사안의 본질은 온갖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왜곡된 현실’에서 출발한다”고 상황을 짚었다. 아울러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해도 임금과 처우가 다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일까지 비정규직이 떠맡는 사회가 돼버렸다”며 “오늘도 일터에서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장그래와 구의역 김군에게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의원의 발언은 이미 나온 해명을 도돌이표식으로 반복하면서 사태의 책임을 ‘가짜뉴스 탓’으로 미루는 취지로 해석돼 더 큰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년들이 이번 일에 분노하는 이유는 단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 시스템이 정부 정책에 휘둘러 ‘공정성’을 잃고 있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설명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이해찬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회의에서 인국공 사태를 언급하며 “정규직 전환하는 문제라든가 여러가지 사안이 잘못된 국민들의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며 “그만큼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들이 없어져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일로”라고 말해 다시 한 번 논란의 불씨를 던졌다.
그는 ‘사소한 일’ 발언 이후 문제가 있는 점을 인지하고 고개를 저으며 “사소한 편은 아니지만”으로 말을 바꾼 뒤 발언을 이어갔다. 당에서 배포한 발언록에도 이 대표의 “이런 사소한 일로” 부분은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 지속적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정환 방침을 방어하고 있음에도 ‘불공정’ 논란은 여전하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9월 감사원이 발표한 인국공의 감사결과를 공개하며 “전환대상자 대부분(중복까지 고려하여 최소 2358명, 최소65% 이상)의 채용에 세 가지 불공정 채용 유형이 확인됐다”며 “대통령은 불공정 로또 취업 청년들에게 사과하고 정규직 전환 과정의 공정성 확보방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