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이끌 차세대 주역으로 지목됐던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부품 종목이 상반기 마무리를 앞두고 반격을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억눌렸던 5G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하반기 재시동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기지국 안테나 사업을 영위하는 에이스테크(088800)는 전 거래일보다 25.23% 오른 1만3,6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에이스테크는 52주 신고가(1만4,150원)를 갈아치웠다. 5G 함체를 만드는 알루미늄 가공 업체 서진시스템(178320)도 18.46% 뛴 2만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외 무선통신장비 제조업체 케이엠더블유(032500)(5.92%), 질화갈륨 트랜지스터 제조업체 RFHIC(218410)(8.37%), 인빌딩 중계기 사업체 쏠리드(050890)(3.46%) 등도 동반 급등했다.
전염병 확산으로 지연된 5G 인프라 투자가 하반기에 본격 집행될 것이라는 심리가 이날 상승 랠리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내외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5G 상용화의 첫 삽을 뜨면서 올해 초까지만 해도 5G 산업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가 터지면서 투자심리가 급랭한 탓에 관련 업종은 우울한 상반기를 보내야 했다. 5G 장비·부품 대장주로 꼽히는 케이엠더블유는 올해 1·4분기 매출액(연결기준) 775억원, 영업이익 6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4.4%, 73.6% 위축된 실적이다. 케이엠더블유는 2·4분기에도 역성장을 이어나가며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상반기에 체면을 구겼던 5G 장비주들이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반등을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록 반년가량 전성기는 늦춰졌지만 이들이 가진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클라우드 사용 증가로 전 세계 트래픽 사용에 과부하가 걸리는 등 5G의 성장동력은 더욱 단단해졌다는 평가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하는 정보기술(IT) 인프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 선점을 위해 주요국은 5G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5G 관련 종목이 2차 랠리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난주 삼성전자가 캐나다 통신업체 텔러스의 5G 장비 공급사로 선정되고 정부가 5G 서비스 확대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을 신청했다는 소식은 이런 낙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증권업계는 오는 3·4분기부터 이들의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기대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에이스테크의 3·4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56% 증가한 1,425억원, 영업이익은 2,400% 급증한 125억원이다. 케이엠더블유와 서진시스템도 다음 분기에 30%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상용화는 이미 시작됐지만 여전히 초기 투자 단계에 머물러 있어 향후 성장성도 밝다는 진단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년간 이어질 장기 프로젝트인 5G 투자에 대한 국내 업체의 수주 여력은 여전히 크다”며 “특히 삼성전자의 공급사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