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25일 강원 평창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워크샵에서 강연자로 나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고백했습니다. 김 전 총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 어머니, 맏이인 저, 동생 세 명이 청계천 내 빈민 동네로 이사했다”며 “어머니는 시장에서 고생하고 저희는 끼니를 걱정했다”고 떠올렸습니다. 김 전 총리는 가정 형편 탓에 원하지 않았지만, 상업학교로 진학했고 3학년 때 은행에 취직했습니다. 이제 굶지 않아도 된다고 가족 모두 기뻐했지만, 김 전 총리는 “제 마음 속에 타오르는 갈증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공부입니다. 그는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밤에는 야간 대학에서 공부했습니다. 직장 숙소에서 만난 선배가 방에 놓은 ‘고시잡지’는 그의 길을 또 한 번 바꾸게 합니다. 그가 25살이 되던 1982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2017년 6월 경제부총리까지 올랐죠.
김 전 부총리의 ‘라떼는 말이야’(나때는 말이야하며 자랑한다는 뜻의 신조어)’냐구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김 전 부총리가 과거를 고백한 이유는 현재의 청년은 자신처럼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담겼습니다. 김 전 부총리는 가난했지만, 야간 대학을 나왔지만, 공부만으로 결국 경제부총리까지 갔죠. 그는 “공무원 조직에서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 대학교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출신학교는 다 알만한 명문대학이었다”고 회상한 뒤, 이렇게 청중에 물었습니다. “과거에는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었는데, 요즘 학생은 자신의 꿈을 갖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김 전 총리는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아주대학교 총장을 지낸 그는 더 나가 일종의 대학 무용론까지 제기했습니다. “학생이 미래 역량을 갖추려면, 대인관계력, 자기동기력이 필요한데, 공부를 할수록 미래 역량이 떨어집니다. 명문대학 졸업장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청년들과 김 전 총리의 삶, 질문이 겹쳐집니다. 소위 돈·빽없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은 공부해서 수능 잘 보고, 고시에 합격하는 것이라고 기성세대는 말했죠. ‘청년’은 이런 생각은 낡은 시대 전유물이라고 부정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시험 이외에는 성공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 인국공 앞에서 청년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2005년 KTX 여승무원 비정규직 사태에 대한 고민으로 2013년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란 책이 출간됐죠. 비정규직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민은 7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