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데시비르, NIH 주도 임상연구 통해 첫 코로나19 치료제로 인정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이 주도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의 중간결과가 발표됐다. 이 임상시험은 코로나19 폐렴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또는 위약을 10일 동안 투여했는데 위약군에 견줘 렘데시비르 치료군에서 회복시간이 31%(15일→ 11일) 단축됐다. 이 결과를 근거로 5월 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렘데시비르를 중증환자(산소포화도 94% 미만, 산소치료 필요)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했다. 이 연구결과로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의 표준치료제가 됐다.
이 연구는 세계 10개국, 73개(미국 45개, 유럽·한국·일본·싱가포르 28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다국가·다기관 임상시험이다. 이렇게 많은 기관이 공동연구를 진행하였기에 2월 21일 환자등록을 개시한 지 2개월 만에 1,000명이 넘는 환자를 모집하고 임상시험 가운데 가장 수준이 높은 이중맹검, 위약 대조연구 디자인으로 렘데시비르의 효능을 평가할 수 있었다.
사실 중국에서 먼저 이 연구와 비슷한 임상시험이 수행됐다. 중국의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은 후베이성의 10개 의료기관이 참여했는데 중국의 환자 수가 급감하면서 목표 환자 수의 절반 정도인 237명을 모집하는데 그쳐 렘데시비르의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렘데시비르 제조 회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지원하는 임상시험도 비슷한 시기에 진행됐다. 위약군을 두지 않고 5일·10일 치료군을 비교했는데 효과나 부작용이 서로 비슷한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위약 대조군이 없기 때문에 그 효과가 위약보다 더 좋은지 알 수 없었다.
◇기존 임상연구 한계 극복해 치료 효과 제대로 평가
NIH의 연구는 위 두 연구의 한계를 모두 극복해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를 확실하게 평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국가 연구기관이기에 치료 효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는지에 상관 없이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는 이중맹검, 위약 대조 디자인으로 임상시험을 추진할 수 있었다. 왜 공공기관이 임상연구를 수행해야 하는지를 웅변하는 사례라 하겠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임상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이 연구가 진행되던 기간 미국은 코로나19 유행곡선이 매우 가파르게 올라가던 시기였다. 연구에 참여한 많은 의료기관들은 몰려드는 환자를 돌보느라 연구에 할애할 시간이 부족했고, 검체 채취 기구가 동이 나거나 의료인들이 개인보호구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임상시험을 수행해 렘데시비르가 환자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확실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할 업적이다.
이 연구에서 제 14일에 측정한 치사율은 위약군에서 11.9%, 렘데시비르군에서 7.1%였다. 그러나 그 차이는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없었다. 만일 치사율이 35% 감소(예, 치사율 10%→ 6.5%, 통계 power 85%, type 1 error 5%)하는 결과를 증명하려면 최소 200명의 사망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2,000여명의 시험 참가자를 모집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환자를 모집하는 일은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연구 디자인 단계부터 치사율 감소는 1차결과 평가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대신 환자 상태가 회복되는 것을 치료의 1차결과 평가항목으로 설정했다. 이 연구에서 환자의 상태는 (1)입원하지 않음, 활동 지장 없음 (2)입원하지 않음, 활동 지장 +/- 집에서 산소 필요 (3)입원, 산소+진료 필요 없음(격리가 필요해 입원) (4)입원, 산소치료 필요 없음+진료 필요 (코로나19 관련 또는 다른 의학적 상황) (5)입원, 산소치료 필요 (6)입원, 비침습 호흡, high flow O2 devices (7)입원, 기계호흡, ECMO(인공심폐기) (8)사망으로 구분했다.
여기에서 임상시험 참여 기준은 중증 이상인 (5)(6)(7) 상태의 환자며, 렘베시비르 치료 개시 후 (1)(2)(3)에 도달하면 회복으로 정의했다. 따라서 회복된 환자는 퇴원 가능하거나 입원해 있더라도 산소치료가 필요 없는 상태다. 회복기간이 15일에서 11일로 4일 단축되면 인공호흡기·중환자실·산소와 같은 의료자원이 그 만큼 많아지는 효과가 있다. 의료시설과 기구가 절실히 필요한 팬데믹 상황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효과라 하겠다.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는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다. 에이즈(HIV) 치료제 개발의 역사에서도 첫 치료제가 나온 이후 그 약물을 꾸준히 개선해 강력하고 안전한 많은 치료제가 개발돼다. 그러므로 이번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은 proof of concept를 제공하였고, 앞으로 이 약이 타깃으로 하는 RNA-dependent RNA polymerase를 더 잘 억제하는 2세대, 3세대 약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바이러스 증식 과정의 다른 부위를 타깃으로 하는 항바이러스제와 인체의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약제들도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