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7은 한 때 기자에게도 ‘드림카’였다. 날렵한 라인에 다른 고급차와 달리 ‘영(young)’한 느낌을 살려주는 패스트백 디자인, 동그라미 네 개가 우아하게 겹쳐진 아우디 로고까지. 말 그대로 ‘흠 잡을 데가 없는’ 외관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A7을 시승하게 된 건 그런 인연 때문이었을까. 사실 최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 때문인지 Q3나 Q8을 타보고 싶었지만 시승일정이 꽉 차 있었다. A7과 일정이 맞았다. 지난 5월 출시된 A7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 모델이다.
어찌 보면 옛 ‘연정’을 되살릴 기회였다. 하지만 ‘디젤 게이트’ 이후 아우디의 브랜드 가치는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아우디 애호가들조차 ‘하차감’은 메르세데스-벤츠를 한 수 위로 치는 시기다. 지난해 A6 출시 당시의 그리 좋지 못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도심에서의 짧은 시승코스 때문인지, 적어도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 저속 주행에서는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으로서의 차별성이 약하다고 생각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갖고 A7 운전석의 문을 열었다. 바닥을 비추는 아우디 로고가 반가웠다. 날렵한 느낌의 프레임리스 도어는 중후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문을 열었을 때 고정되는 지점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어디든 운전자가 문을 놓은 지점에 멈춰 있는 느낌이 좋았다. 작은 부분이지만, 좁은 주차장에서 운전자가 필요 없는 신경을 쓰지 않게 해주는 배려일 수 있겠다 싶었다.
실내 디자인 감상평은 뒤로 미뤄놓자. 일단 주행 성능부터. 실내에서 들리는 엔진음은 조용했다. 폭스바겐 투아렉이나 제네시스 GV80을 시승할 때도 느꼈던 거지만, 이 정도 고급 차량에선 디젤 엔진의 소음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도로로 나가 속도를 높였다. 이 주행감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유려했다. ‘미끄러지듯’ 이라는 표현이 100% 들어맞았다. A7은 어떤 저항도 받지 않고 도로를 미끄러져 나가는 듯했다. 수려한 외모와 주행감이 똑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도로가 차량과 운전자를 감싸며 보호해주는 착각마저 들었다. 가속 페달을 밟아봤다. 시속 150㎞를 넘겨도 80㎞대로 달릴 때와 다른 점 없이 조용하고 안정적이었다. 고속에서 울퉁불퉁한 노면을 달려도 흔들림이 크지 않았다. 차량의 주행 상황이나 노면 상태에 따라 댐퍼 강약을 섬세하게 조절하는 전자식 댐핑 컨트롤이 적용된 덕분인 듯 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가속력이 감탄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이 차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5.7초. 하지만 체감은 그렇지 않았다. 이른 바 ‘터보 래그’ 때문이었다. 가속페달을 밟는 시점과 실제 가속에 들어가는 시점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튀어 나가는 힘에는 불만이 없는데, 밟고 나서 0.5초 정도 뜸을 들이는 그 시간이 불만스러웠다. 차의 가속력이 운전자가 페달을 밟는 시간의 후반부에 몰려있는 탓에, 경우에 따라선 최대 토크 63.22kg.m의 힘이 운전자를 오히려 불편하게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인테리어. 디자인이야 개인별로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지만, 실내 디자인이 지나치게 투박하다고 생각됐다. ‘각’과 ‘직선’을 강조한 디자인인데, 개인적으론 이 정도의 고급 차종에선 경쟁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유려한 인테리어 감성에 손을 들어주게 된다. 각종 기능 실행이 터치가 아니라 약하게나마 힘을 줘 눌러야 하는 버튼으로 구성된 것도 단점이다. 최근 소비자는 터치에 익숙해져 있어 꽤 불편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주행 중에 버튼이 눌렸는지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종합해보자. 아우디 A7의 외모는 감히 ‘완벽’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싶다. 어쩌면 이렇게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잘 빚었을까 싶을 정도다. 성능 또한 터보 래그가 거슬리는 점을 제외하면 흠 잡을 데 없었다. 터보 래그가 지나간 이후에는 우주선 같은 유려한 주행감이 운전을 만족스럽게 했다. 그러나 이 차의 가격은 9,712만원. 1억원에 가깝다. 지갑을 열기 전에 많은 고민을 해야하는 금액이다.
각종 게시판에서 예비 오너들은 할인을 기다리는 듯 했다. 아우디 차량에 그동안 적용됐던 할인의 ‘학습 효과’다. 아우디의 많은 차종에 출시 후 시간이 지날수록 큰 폭의 할인이 적용됐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A7 할인 여부 대해 “할인은 딜러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고, 아우디 브랜드 차원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1억원에 가까운 돈을 고민 없이 쓰는 건 브랜드 가치가 그만큼 받쳐줄 때다. 결국 A7의 흥행 관건은, 아우디가 브랜드에 대한 만족감을 A7의 외모 수준만큼 다시 끌어올리느냐에 달려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