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노동조합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투쟁이 아닌 고용안정을 택했다. 일자리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막무가내식 파업에 나서기보다는 생산과 판매 유지로 시장 수요를 지키기 위해 사측과 손을 맞잡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하다며 비판을 받아온 현대차(005380) 노조의 변화가 후진적 한국 노사문화를 바꿀지 주목된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최근 하언태 현대차 사장 등 사측 인사들과 경북 칠곡 출고센터와 서울 남부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함께 품질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노사는 ‘품질 향상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문’을 결의했다. 선언문에는 △고객이 곧 기업생존과 고용안정이라는 공감대 속에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자동차산업의 경제 파급 효과를 공동 인식하며 △완벽한 품질의 차량을 시장 수요와 연동해 최대한 생산하고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의 노사 공동선언문에 전문가들은 ‘시장 수요’와 ‘파급 효과’ ‘사회적 책임’ 등의 단어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현대차 노조는 시장에서 현대차의 인기가 떨어져 생산량이 줄어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잘 팔리는 인기 차종의 증산 또한 노사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쉽게 허용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이번 선언문에서는 노조가 노동자의 고용 또한 시장과 국가 경제 상황 속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업계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결국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생존할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를 현대차 노조가 인정한 셈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와 이상수 노조위원장 당선을 계기로 노사가 갈등하기보다는 협력해 위기를 넘기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투쟁 일변도의 노사문화 대신 노동자가 앞장서 품질을 높이고, 여기서 생기는 이익을 가져가는 합리적 기조가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