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등록금을 환불해주는 대학들이 생기면서 학비 감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학가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29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15일 국내 주요대학 중 건국대가 처음으로 2학기 등록금을 일부 감면하는 방식으로 학비 환불을 결정했고 한성대는 23일 전교생에 1인당 20만원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방안을 마련했다. 그동안 대학가에서는 코로나19 여파에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등 교육의 질이 떨어진 만큼 1학기 등록금을 환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와 관련해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가 115개 대학에서 학생 3,737명이 참여한 등록금 반환소송 내용을 담은 소장을 다음달 1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할 예정이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건국대와 한성대의 등록금 환불 방안에 원래 학생들에게 사용될 예정이었던 예산이 주로 배정됐다는 것이다. 건국대는 코로나19 여파로 학생평가를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전환하면서 집행하지 못하게 된 성적우수장학금과 국제 교류·현장실습 예산, 학생활동비 등을 전용해 등록금 감면 예산 약 38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성대도 2억3,000만원의 기부금에 더해 원래 학생들에게 돌아갈 예정이었던 기존 장학금 용도를 변경해 ‘코로나19 극복 한성희망장학금’을 전교생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두 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 환불을 위해 별도 예산을 마련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 이 때문에 건국대에서는 대학 본부와 학생회가 최종 장학금 지급 규모를 두고 샅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학생회는 ‘장학금은 원래 학생들에게 돌아갈 몫’이라고 주장하며 감면 총액을 대학 예산에서 더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국대와 한성대의 사례를 보면 선택적 패스제 도입으로 2학기 성적우수장학금 지급이 어려워진 다른 대학들도 같은 방식으로 등록금 감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올해 다수 대학들은 코로나19로 현장 시험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학생이 수업에 대한 평가를 ‘A’ ‘B’ ‘C’ 등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이수했다는 의미의 ‘패스’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주요 대학 중에서도 홍익대와 서강대가 앞서 결정했고 경희대·한양대 등에서도 학생들이 평가 방식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선택적 패스제를 하게 되면 2학기 성적우수장학금 지급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당 금액을 전체 학생들의 등록금 감면에 사용할 수 있다.
두 대학이 주요 대학 가운데 적립금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비 회계 기준으로 2018년 건국대와 한성대의 대학 적립금은 각각 772억원, 208억원으로 다른 대학들과 비교해 많은 편이 아니다. 대학적립금은 대학이 미래에 발생할 특정 사업을 염두에 두고 대학 등록금과 법인 전입금·기부금 등을 모아둔 기금이다. 대학이 곳간에 쌓아둔 돈이라고 할 수 있다. 홍익대가 7,796억원으로 적립금이 가장 많고 이화여대(6,413억원), 연세대(5,905억원), 고려대(3,649억원)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이 적립금을 많이 쌓아두고 있다. 다른 대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비를 감면해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만큼 왜 등록금을 환불해주지 않느냐는 요구를 더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