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비판했다가 지난 29일 결국 글을 내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를 두고 “전두환 정권 때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가 했던 고문을 문재인 정부에선 문빠들이 대신해 준다”고 비꼬았다.
조 전 수석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부동산시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이 정확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와 부동산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곧 폭락할 테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문 대통령이 말씀하셨다고 했다”며 “와, 대통령이 참모로부터 과거 잘못된 신화를 학습하셨구나, 큰일 나겠다 싶더라”고 술회했다.
조 전 수석에 따르면 지난해 문 대통령은 조 전 수석이 쓴 ‘대통령의 협상’이라는 책 가운데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부분을 따로 달라고 해 전달받았다. 그러면서 그 중 ‘분양가 상한제’ 단 하나만 받아들였다. 조 전 수석은 “내가 제안한 모든 대책이 함께 가야 분양가 상한제가 집값 잡는데 효력을 발휘하는데 그것만 해서는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켜 지금 같은 전세대란을 가져온다”며 “내가 이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원인이 전문성 부족에 있다고 믿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조 전 수석은 이어 “참여정부 때 경험이 있으니 현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투기 같은 건 발을 붙치지 못할 거라고 믿었던 나의 어리석음을 탓해야지 누굴 원망하겠느냐”며 “참여정부 때 고위공직자 중에는 다주택자가 많았던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이 정부 공직자는 다주택자가 많아서 충격을 받았고 대통령과 국토교통부 장관이 팔라고 해도 팔지않는 강심장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지지도가 높으니 운동권 세력도 과거의 보수정당처럼 신이 내린 정당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보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자신의 주택 매매 등의 경험을 소개하며 “일본처럼 우리도 곧 집값이 폭락한다던 진보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다 ‘뻥(거짓말)’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조 전 수석은 “일본은 쓰러져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잃어버린 10년간 아파트 건설에 올인했고 도쿄 인근에 신도시를 어마어마하게 지었지만 얼마 후 신도시는 공동화 됐고 도쿄 집값은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다”며 “(일본도) 중심부는 별로 떨어진 적도 없다고 하는데 일본 신도시의 몰락을 수도권집중이 높은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결국 다음 날 무슨 이유인지 해당 페이스북 글을 내렸다. 일부 네티즌들은 조 교수의 비판에 분노를 표하며 트위터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조 전 수석을 맹공격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최악의 인사” “대통령에게 예의도 없다” “문프(‘문재인 프레지던트’의 약자)에게 열등감이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의 글부터 그가 구한말 전북 고부 군수를 지낸 조병갑의 증손녀라는 사실까지 조롱하는 비난이 이어졌다.
진중권 전 교수는 이에 대해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조기숙 교수가 돌아섰으면 상황이 심각한 것”이라며 “이 분은 옆에서 지켜봐주기 민망할 정도로 ‘강성 골수친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신자, 토착왜구, 안 불러줘서 삐쳤네, 곧 미통당 갈 것 등등의 반응이 나올 것”이라며 “이게 거의 조건반사라,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에 침을 흘리듯, 문빠들도 비판이라는 자극에 저렇게 반응한다”고 비꼬았다.
이어 조 전 수석이 진짜로 글을 지우자 “조직의 쓴 맛을 보여줬다”며 “민주당식 민주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유주의 없는 민주주의가 전체주의로 흐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전체주의 사회에 비판의 자유란 있을 수 없다”며 “전두환 정권 하에서 안기부가 코에 고추가루 넣는 고문을 했는데, 문재인 정권 하에선 그 일을 양념통 든 문빠들이 대신해 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