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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바이오IT 시총 100조 급증…산업지도 다시 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헬스케어와 정보기술(IT) 플랫폼 등 신산업의 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동차·철강·기계장비·은행 등 전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히 떨어졌다. 코로나19라는 변곡점을 계기로 구경제가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신산업이 본격적으로 주목받는 ‘지각변동’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이후, 중후장대 70조 잃을때 바이오IT 100조 늘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섹터지수에 포함된 428개 종목 중 헬스케어·인터넷·게임·미디어 등 신산업 부문의 시가총액은 305조2,000억원(6월26일 종가 기준)에 달했다.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30일(203조5,000억원)과 비교해 49.9% 급증한 액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KRX헬스케어지수에 포함된 종목의 총 시가총액은 191조원(6월26일 기준)을 기록하며 지난해 12월30일에 비해 57.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섹터의 총 시가총액 역시 지난해 말 대비 38.6% 증가한 114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헬스케어 업종의 뒤를 이어 6개월간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이 섹터엔 카카오·엔씨소프트·네이버 등 IT 플랫폼 기업이 대거 포함돼 있다.

반면 자동차·기계장비·건설·철강·은행·보험 등 전통 제조 및 금융업종의 합산 시총은 같은 기간 314조1,000억원에서 245조8,000억원으로 21.7%나 쪼그라들었다. 건설·기계장비·자동차·철강 섹터 등 전통 제조업 부문의 시가총액은 각각 11.8%, 14.3%, 21.5%, 21.8%씩 감소했으며, 은행·보험업종 등 전통 금융업의 시가총액도 각각 26.8%, 30%씩 줄었다. 올 들어 신산업 대표주들의 시총이 100조원가량 증가한 사이 구산업은 70조원가량 급감한 셈이다.


'현재' 보다 '미래'에 과감히 베팅하는 투자자들
증권가에선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장에서 신산업과 전통산업을 나누는 잣대가 더 강해졌다고 보고 있다. 우선 코로나19가 IT 플랫폼, 바이오 등 신산업의 ‘실적’ 향상을 실제로 이끌어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산업’이 단순히 주식시장에서 유망주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 ‘주도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됐다는 의미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위기를 계기로 디지털 접촉이 늘어나면서 관련 기업의 실적도 좋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중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이에 따라 실적 기대치와 주식시장에서의 평가가치도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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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의 모습.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2.28포인트(1.05%) 오른 2,134.65로 마감했다. /연합뉴스.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의 모습.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2.28포인트(1.05%) 오른 2,134.65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더구나 코로나19로 각국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기조가 굳어지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대거 풀리자 신산업의 ‘미래’에 베팅하는 돈은 더 많아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로 실제 순이익·현금흐름에 영향을 받은 업종은 시총이 줄어든 반면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가치주보다는 성장주에 주목하는 경향이 가속화됐다”며 “코로나19라는 위기가 있기 전에는 어떤 종목이 유망한지, 혹은 어떤 종목의 신용 리스크가 더 큰지 구분되지 않았지만 바이러스 리스크를 계기로 신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 간의 구분이 한층 명확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전통 제조업체들의 경우 코로나19로 경기 위기를 맞으면서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예컨대 포스코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40.88% 감소한 2조2,872억원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지나가고 있는 것(전통산업)에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면서 그 부분에 대한 투자는 이제 기업가치 성장보다는 배당 등에 집중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밸류에이션 분석으론 바뀐 투자지도 못 따라가...기업분석도 새로해야"
이 같은 유동성 완화 기조는 역으로 ‘밸류에이션’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PER이 높은 신산업엔 계속 돈이 쏠리고 PER이 저평가된 전통산업엔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건설업종의 12개월 선행 PER은 5.4배에서 28일 4.77배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 의약품은 51.71배에서 72.56배로 부쩍 뛰었다. “어떤 종목이든 적정선의 밸류에이션이 있다”는 상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무형자산에 대한 중요도를 높이고 기업가치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존 밸류에이션 지표가 지나치게 유형자산 위주로 평가돼 있다는 의견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때까지의 회계 패러다임에서 유형자산은 고평가된 반면 무형자산은 비교적 그 가치를 낮게 책정받는 경향이 있어 왔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PPR(Price-Patent Ratio·가격과 지식재산 사이의 비율)’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특허 등 무형자산을 밸류에이션 지표에 포함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보유하는 무형자산을 반영하면 국내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 센터장은 “시대가 변할 땐 어떤 식으로든 ‘평가기준이 무엇이냐’에 대한 논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무엇이 성장인지’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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