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페이스북이 '움짤 저장소'를 5,000억에 산 이유

입소문 탈만한 개그이미지 '밈'

SNS서 제대로 통하면 '대박'

'깡' 인터넷서 움짤로 폭발적 인기

농심, 비 모델 기용…매출 30%↑

페북, GIF검색 '기피' 4억弗 인수

SKT-하나금융도 'GIF송금' 출시

페이스북은 지난달 15일 GIF 검색 플랫폼인 기피 인수를 발표했다. /페이스북 홈페이지페이스북은 지난달 15일 GIF 검색 플랫폼인 기피 인수를 발표했다. /페이스북 홈페이지



# 발매 당시 큰 반향을 얻지 못했던 가수 비의 지난 2017년 노래 ‘깡’은 최근 유튜브를 통해 전국적인 ‘밈(meme)’으로 재탄생했다. 3년 전 무대 영상에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면서 일반인 패러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범람했다. 뒤늦게 예능과 뉴스 프로그램도 인터넷에서 시작된 유행을 좇았다. 농심은 ‘새우깡’ 모델로 비를 전격 기용해 한 달 만에 전월 대비 30% 오른 매출액 70억원을 기록하는 특수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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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장난으로 치부됐던 인터넷 밈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소비 키워드가 됐다. 이미지에 글자를 덧붙인 ‘짤방(짤림 방지·게시글 삭제를 방지하기 위해 첨부하던 이미지)’ ‘움짤(움직이는 짤방·GIF 파일 형식의 움직이는 이미지)’이 SNS를 통해 순식간에 ‘바이럴(입소문)’되면서 상품이 완판되기도 하고 스타가 탄생하기도 한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잘 만든 밈 하나 열 광고 안 부럽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밈이 전 세계 26억명에 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90년대 후반부 출생 세대)’의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주창한 개념인 밈은 유전자와 같이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문화의 최소 단위를 의미하는 용어다. 밈 개념은 인터넷과 접목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입소문을 탈 만한, 즉각적으로 이해가 되는 개그 이미지를 뜻하는 말이 됐다. 설날 안부 메신저에 텍스트 대신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네오’가 복주머니를 떨어트리는 이미지를 첨부하듯 MZ세대에게 밈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은 새로운 의사소통의 형태다.

기존에 스타와 유행은 대부분 기획으로 만들어져 대중에게 각인됐다. 하지만 SNS로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면서 사람들의 참여로 밈이 만들어지고 밈이 슈퍼스타를 탄생시키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파급력에 밈과 경제학을 합성한 ‘밈노믹스(memenomics)’라는 단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일례로 미국 미네소타주에 살던 소년 개빈 토마스는 억지 미소를 짓는 듯한 사진 한 장이 밈으로 퍼지면서 중국에서 인터넷 스타가 됐다. 그의 웨이보 계정은 220만명이 넘는 팬들이 팔로했고 토마스의 사진이 들어간 폰케이스는 타오바오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중국 동투닷컴에서 GIF로 된 토마스의 움짤이 10억개 넘게 생성되기도 했다. 개그맨 김준현은 출연한 피자 광고가 ESPN의 한국프로야구(KBO) 중계에 노출되면서 ‘피자 가이(pizza guy)’라는 별칭으로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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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의 대표적인 형식인 움짤은 플랫폼 사업 아이템으로 진화했다. 인터넷상에서 엄청난 속도로 소비되는 만큼 밈은 그 트래픽(접속량)만으로도 경쟁력을 갖는다. 움짤 플랫폼들은 각사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의 트래픽을 끌어올리고 타사 SNS나 메신저에 움짤 라이브러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독자적인 비즈니스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페이스북이 세계 최대 GIF 검색·제작 웹사이트 ‘기피(GIPHY)’를 지난달 약 4억달러(약 5,000억원)에 전격 인수한 것도 마케팅 시장에서 밈이 갖는 파괴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피의 사용자는 7억명에 달하고 이들을 통해 매일 100억개 이상의 GIF가 검색·사용된다. 동투닷컴의 ‘뱌오칭윈(表情云)’은 위챗·QQ·타오바오·바이두 등 3,750개 앱에 움짤을 제공하고 있다. 뱌오칭윈에서는 월간 240억회에 달하는 뷰(조회 수), 하루 2억5,000만건의 검색이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스노우의 ‘스티컬리(Sticker.ly)’가 출시 1년 만에 글로벌 누적 사용자 6,400만명을 돌파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앱 분석 플랫폼 센서타워에 따르면 스티컬리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신규 앱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밈에 익숙한 MZ세대를 겨냥한 서비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그룹의 합작 핀테크 회사 ‘핀크’는 지난달 송금과 동시에 움짤을 보낼 수 있는 ‘GIF 송금’을 출시했다. 연락처 기반 송금 서비스에 움짤을 더해 재미요소를 추가한 서비스다. K팝 팬들의 ‘덕질(팬 활동)’을 지원하는 앱 ‘블립’은 움짤 모아보기 기능을 제공해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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