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다가오면서 지방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와 폭염 대비를 위한 대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올 여름이 평년보다 무덥고 폭염일수도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선제적인 조치로 폭염에 따른 재난을 예방하겠다는 목표다.
30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각 지자체가 올 여름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평년과는 다른 위기상황이라 보고 폭염 대책을 원점에서 검토해 새롭게 정비하고 나섰다. 폭염 취약계층의 안전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최우선순위로 내걸었다. 우선 부산시와 울산시, 광주시 등은 코로나19 확산을 감안해 기존 무더위 쉼터를 주민센터, 보건소, 대형 체육관 등에서만 운영하도록 축소하기로 방침을 변경했다. 대신 대신 개방된 소규모 야외 정자나 공원 등을 추가 지정해 코로나19 확산과 독거노인·노숙인 등 폭염 취약계층 관리를 함께 추진한다.
특히 부산시는 1,285개 무더위쉼터 중 912개 노인시설과 복지회관은 운영을 중지하고 373개 주민센터, 보건소, 금융기관 등만 운영한다. 이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야외무더위쉼터를 지정·운영한다.
경기도는 노인시설·복지 회관·마을회관 등 무더위 쉼터 지정을 7,031개소에서 7,407개소로 늘리고 필요한 물자를 요청하면 광역방재거점센터와 방재비축창고에 있는 비축물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그늘막·그늘나무 등 생활밀착형 폭염 저감시설을 지난해 3,610곳에서 올해 5,615곳으로 대폭 확대한다.
대구시와 부산시 등이 추진하는 양산 대여 서비스도 눈에 띈다. 코로나19와 폭염을 동시에 극복하려고 기획한 아이디어에 주민들의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전국 최고 수준의 폭염을 매년 기록해 이른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리는 대구는우 ‘김광석 길’ 등 관광명소에서 ‘양심양산’을 빌려준다. 체감온도를 낮춰주고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양산을 통해 자연스럽게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거리두기도 실천할 수 있다.
양산 대여 서비스는 대여소에 비치된 관리대장에 성별과 연령을 기록한 뒤 이용하면 된다. 반납은 대여소가 설치된 곳이면 어디든 가능하다. 양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최근에는 지역에 위치한 양산 제조업체들이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개성 있는 양산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부산시는 양산 대여 외에도 그늘진 장소에 대형 선풍기 등을 배치해 더위를 식히고 사람 간 2m 이상 거리두기 등을 통해 방역수칙 준수를 아우른다는 계획이다. 대신 지난해까지 운영했던 쿨링포그와 바닥분수 등 비말 확산 우려가 있는 시설은 가동을 자제한다.
울산시는 건물 창가에 녹색 식물을 심어 여름철 태양광을 차단하는 그린커튼을 10개소에 추가 설치하고 그늘목과 그늘막 28개소를 새롭게 설치한다. 또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구·군별 컨설턴트가 폭염 대응 용품을 배송하고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폭염 예방수칙과 응급상황 시 조치 방법 등을 전화로 알린다. 인천시는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재난도우미 4만6,740명을 활용해 폭염 취약계층 18만8,930명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안부를 확인한다. 또 대형 무더위쉼터 대신 군·구 특색을 살린 맞춤형 무더위쉼터를 운영할 방침이다.
대전 유성구는 도로의 지열과 대기 온도를 낮추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미세먼지 저감과 폭염 대비를 위해 구입한 쿨링포그 탑재 살수차와 일반 살수차 3대를 추가로 임차해 폭염특보가 발표되면 즉각 투입할 예정이다. 대전 대덕구는 코로나19 여파로 경로당 등 무더위쉼터를 이용하지 못해 집에서 지내는 돌봄노인을 대상으로 가정현관문에 롤 방충망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롤 방충망은 주택 내 통풍과 환기를 도와 실내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충남 서산시는 최근 여름철 폭염을 대비해 관내 버스승강장 7개소에 에어커튼 21개를 설치했다. 서산시가 설치한 에어커튼은 버튼을 누르면 일정 시간동안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방식이다. 승강장 내부의 공기를 효율적으로 순환시키고 체감온도를 단시간에 낮춰준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