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장마 같은 위기인데 소나기 대책만 쏟아내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 총재는 최근 은행장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는 소나기인 줄 알았는데 장마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금융권이 기업·가계에 대한 지원방식을 바꿔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만명을 돌파하자 2차 대유행 공포가 확산되며 경제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4일 공개한 경제전망 보고서 수정본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두 달 만에 1.9%포인트나 하향 조정한 -4.9%로 제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한국 경제의 타격은 이미 심각하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타격으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63.6%로 추락했다. 11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상황이 악화할수록 정부의 대응은 길게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당장 비를 막아야 한다며 단기 대책에 집중하고 있다. 이종배 미래통합당 의원이 3차 추경안에 포함된 8조9,000억원대의 83개 고용안전망 사업을 분석한 결과 정부 부처는 산불감시·환경보호·방역 분야 등에서 30만개의 공공일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가운데 상당수가 단순 노무직인데다 3~6개월 안에 종료된다는 점이다. 정부 예산이 떨어지면 없어지는 단기 일자리다.

관련기사



금융지원도 경쟁력을 상실한 좀비기업을 걸러내지 않은 채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다급하다고 혈세를 뿌리다 보면 정작 필요한 때 쓸 여력이 바닥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는 상황에 맞게 대응책도 변해야 한다. 꼭 필요한 곳을 선별해 핀셋 수혈하는 식으로 지원방법을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속 가능한 대책을 서두르는 일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