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가

[로터리]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지혜

신현준 한국신용정보원장




인터넷, 스마트폰, IT로 대표되는 기존 경제구조는 전 세계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고, 저성장, 저물가, 저이자율이 고착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 5G통신, 로봇과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의 물결이 각 영역에서 가능성을 타진하는 가운데 코로나19의 대유행은 경제 주체들의 체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한편, 비대면, 비접촉(언택트)에 대한 선호를 가속화하고 있다. 아울러 미중의 경제패권 경쟁과 영국의 EU 탈퇴 등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경제금융 위기, 경제 블록화를 거쳐 축소 균형 우려를 낳고 있다.

양질의 신규 일자리는 차세대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모델의 성공적 안착이나 기존 산업의 혁신적 파괴로 생겨나겠지만 변수가 너무 많아 그 시기와 규모는 예상하기 어렵다. 매우 높은 불확실성과 우연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이론적 분석과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십만 년 동안 인류의 생존을 가능하게 해 온 할머니의 지혜를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생존을 최우선하면서, 위험 분담을 통해 전환에 따르는 고통을 줄이는 한편 실패한 사람은 따뜻하게 보살피는 것이다.


먼저 우리 모두의 경제적 생존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기존 일자리를 잘 부여잡고 가야 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아파트와 건물 경비원들은 지키는 역할 외에도 다양한 기여를 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CCTV에 의해 과도하게 대체됐다. 10만 명이 실직하고, 연평균 소득이 2,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매년 2조원의 소득과 소비가 빠져 나간 것이다. 일자리 창출이 없는 가운데 생활에 가치를 주는 일자리들을 쉽게 잃게 된다면 경제가 나아질 수 없다. 독일이 글로벌 위기 이후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니잡(몇 개로 쪼갠 일자리)을 부여잡고 경기를 회복했던 것은 시사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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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정부와 민간의 위험 분담이 필요하다. 경제구조의 대전환기에는 민간의 역량이 충분한 곳은 제외하되, 차세대 산업별로 민관의 역할을 확실히 한 후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위험 분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저성장 기조 고착화와 주기적 위기로 체력이 고갈돼 온 민간에 모든 역할을 맡기는 것은 전환의 시간과 비용을 키울 것이기 때문에 현명하지 않다.

지혜로운 할머니는 사냥이나 전쟁에서 실패한 후 상심에 빠진 아이들에게 어떤 위로를 해 줄까. 따뜻하게 안아주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식사를 주고 푹 재운 후 모아둔 쌈지 돈을 내주어 용기를 주지 않을까. 인간은 잘 살기 위해 이런 저런 경제 체제를 운영하지만 이러한 할머니의 지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건 인간미가 없는 일일 뿐 아니라 지속가능 하지도 않을 것이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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