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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 조일형 감독 “희망은 '같이' 안에 있습니다”

■[인터뷰] 영화감독 조일형

영화 개봉 첫 주에 누적 120만 관객 달성

"같은 곳 바라보는 '관계'가 희망의 원천"

"좀비영화지만 인간 감정 공유에 중점 둬"

“유아인·박신혜가 캐릭터 완성해 나갔다”

조일형(오른쪽) 감독이 영화 #살아있다 현장에서 주연 배우 유아인 등과 논의하는 모습./사진제공=퍼스트룩조일형(오른쪽) 감독이 영화 #살아있다 현장에서 주연 배우 유아인 등과 논의하는 모습./사진제공=퍼스트룩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 주연 유아인·박신혜)’가 개봉 첫 주에 누적 관객 120만 명을 기록했다. 예전 같으면 그러려니 했을 기록이지만 지금 영화계에서는 ‘눈물겨운’ 숫자다. 코로나 19로 영화 제작에서 배급, 홍보, 마케팅까지 모든 게 엉망이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살아있다는 지난 2월 말 코로나 한파가 몰아친 이후 처음으로 관객 100만 고지를 넘어선 영화가 됐다. 사람들에게서 잊혀 버린 ‘영화관의 추억’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큰일’을 해낸 조일형 감독을 인터뷰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여러 사정 탓에 미국에 머물고 있어 서면으로 질문과 답을 주고 받았다.




영화 #살아있다로 데뷔한 조일형 감독./사진제공=퍼스트룩영화 #살아있다로 데뷔한 조일형 감독./사진제공=퍼스트룩


-코로나 19로 현재 미국에 머물고 계시는데, 현지 영화계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전체적으로 미국의 코로나 봉쇄령은 오랫동안 강경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뉴스나 지인을 통해서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미국 내에서 촬영이나 제작 현장은 여전히 막혀있습니다. 최근에서야 조금씩 지침 하에 풀리고 있다는 뉴스는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극장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닫혀있는 상태입니다.”

-미국에서는 어떻게 생활하고 계십니까.

“캘리포니아에 머물고 있습니다. 바깥 출입을 최소한으로 자제하고 사회적인 거리두기 지침 하에 집안에서 주로 글을 쓰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가 희망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어떤 희망인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살아있다 속에는 희망이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합니다. 먹고 싶고, 다치기 싫고, 지루하기 싫고, 가족을 보고 싶고, 또 살아남고 싶은 희망입니다. 처음 준우(유아인)의 희망이 그런 것들입니다. 욕구의 충족, 그리고 지극히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것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현실적인 절망으로 쉽게 변해 버립니다. 하지만 유빈(박신혜)을 만난 후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같이 살아 남자’라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그런 진짜 희망의 원천은 ‘같이’라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옵니다.”

영화 #살아있다 스틸컷./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살아있다 스틸컷./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K 좀비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영화를 통해 그려낸 좀비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익히 알고 있는 좀비의 성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세와 이유로 폭력성을 드러내는 존재들로 설정했습니다. 다만 감염되기 이전에 본인이 가졌던 직업적 특성이나 개인 특기와 성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설정을 둬서 이들이 초월적이거나 불가항력의 힘을 가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좀 더 현실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려고 했습니다.”


-좀비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좀비보다 인간에 훨씬 많은 비중을 둔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예상보다 적어 아쉽다는 평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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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각색 과정에서 촬영 전 프리 프로덕션까지 많은 논의가 있었던 부분 중 하나가 정체불명의 존재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실제 원작에서는 그들에 관한 많은 묘사와 설명들, 그리고 논리적인 개연성의 노출이 극에서 큰 부분으로 존재했었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이야기 전달이 될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지에 관한 논의 가 수없이 오고 갔습니다. 결국 제일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해결책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의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엔진은 바로 준우와 유빈의 생존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그들의 감정을 공유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영화 #살아있다 제작 현장./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살아있다 제작 현장./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독으로서 두 배우와 작업하며 느꼈던 점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유아인씨의 폭넓은 감정 표현력과 박신혜씨의 틀을 깨는 의외성이 캐스팅 이유였습니다. 이들은 작업이 계속될수록 작품에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서 캐릭터를 완성해 나갔습니다. 유아인씨는 의상과 말투, 제스처 등 캐릭터의 특성들을 만들어서 촬영 현장으로 왔고, 박신혜씨는 캐릭터가 발전하는 과정에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특히 박신혜씨의 저돌적 열정이 캐릭터를 풍부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여러 장치와 세부 공간 중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썼던 부분을 꼽아주십시오.

“모든 공간을 미술 감독을 비롯한 모든 스텝이 정말 힘들게 만드셨기 때문에 딱 하나를 꼽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준우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파트의 거실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따뜻하고 가정적인 느낌의 공간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변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계십니까.

“영화 연출을 전공하기 전에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항상 영상과 스토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미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후 틈틈이 대본을 쓰고,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현재도 오롯이 글쓰기에만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실화 사건들을 조사하면서 여러 퍼즐들을 하나씩 맞추고 있는 중입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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