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합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중한 아들딸들에게 기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인재 중시’ 철학이 500명에 달하는 박사급 전문인력 채용으로 다시 한 번 빛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기지만 질 좋은 일자리를 공급하는 사회적 책임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뚜렷하게 드러낸 것이다.
1일 삼성전자는 ‘뉴 삼성’을 이끌 성장동력인 시스템반도체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등 신기술 분야의 핵심인재 채용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만 박사급 인력 500여명을 채용하는 과감한 인재 투자를 시행했다. 반도체 설계와 AI 분야를 전공한 이들은 적재적소에 배치돼 ‘초격차’를 구현할 역할을 맡는다. 앞서 지난 3월 진행한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공개채용 공고 등을 보면 삼성이 품은 인재들은 차세대 메모리 리더십 강화를 위한 메모리반도체 연구개발(R&D)을 비롯해 시스템반도체 설계와 공정 부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력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생산라인을 스마트 공장으로 바꾸고 이를 고도화하는 미션을 부여받은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핵심 인재 모시기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진다. 이 회사는 올해 말까지 1,000여명에 이르는 석·박사급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다. 석·박사 인력 채용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세바스찬 승 사장을 삼성리서치 소장으로 영입하는 등 글로벌 핵심 인재를 확보하는 데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인재 채용에 나서는 것은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기민한 경영 시스템을 탄탄히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초격차’를 표방한 경영목표 역시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의 치열한 경쟁과 미중 간 첨예한 갈등으로 토대가 흔들리는 무역질서에 영향받지 않고 선두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여기에 코로나19 같은 예측하지 못한 변수까지 더해지자 이 부회장이 “결국 사람이 모든 과제를 풀 열쇠”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청년 취업 문제가 심각해진 가운데 ‘국민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평소 소신도 역대급 채용 계획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 1월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참석한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이 부회장은 “채용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언급하며 대기업, 특히 삼성전자가 지닌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2018년 삼성전자는 18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AI와 5세대(5G) 이동통신, 전장용 반도체 등을 미래 성장 사업으로 선정해 역량을 집중해왔다. 또 지난해 4월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 아래 133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석·박사급 채용도 두 번에 걸친 굵직한 투자계획과 맞물려 삼성전자의 인적·물적 기반 형성의 기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