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3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인한 금융당국 제재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했지만 꼬인 실타래를 풀어가며 빠르게 조직 안정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직원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지주로부터 1조원의 증자를 받아 자본을 확충하고, 지주 내부등급법도 단계적 승인을 얻어 앞으로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물꼬를 텄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우리금융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단계적인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았다. 권 행장 취임 100일에 맞춰 우리금융의 숙원이 풀리게 된 셈이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면 금감원의 표준등급법보다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들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높아진다. 즉 출자여력이 확대되는 셈이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지주 내부등급법이 승인을 받지 못해 케이뱅크 증자에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달 승인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통주 750억원, 전환주 881억원 등 총 1,631억원의 증자안을 결의했다. 지주가 내부등급법을 적용받으면서 지주 BIS비율은 종전보다 1.2%포인트, 바젤Ⅲ까지 적용되면 추가적으로 0.9%포인트가량 개선된다. 은행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드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출자 여력이 높아진 우리은행이 하반기 아주캐피탈 M&A에 나설 가능성도 점친다. 특히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의 ‘투트랙 콤비’ 호흡이 잘 맞았다는 평가다. 손 회장은 디지털 혁신 등 우리금융의 굵직한 현안과 미래 비전에 집중하고, 권 행장은 미션 수행을 충실히 하는 역할분담을 통해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권 행장이 취임 직후 신설한 미래금융디자인부는 본점과 영업점 간 소통창구로서의 조직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소비자 보호’ 강화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DLF 자율배상은 1일 현재 95%까지 완료했고, 라임펀드 피해자들에게 일찌감치 원금의 최대 51%를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더해 우리은행은 불완전판매시 투자 원금 전액을 돌려주는 ‘금융투자상품 리콜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