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강제징용 배상과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 한일 간 입장 차가 크다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언제든 종료시킬 권한이 있다는 전제 아래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미국은 대화 준비가 돼 있다”며 북미·남북 대화 재개를 위해 전방위 노력을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강 장관은 2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정세 악화 방지를 위한 상황 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해 전방위적 외교적 노력을 전개해 나가겠다”며 “굳건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남북·북미 간 대화 모멘텀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개선·폐지 주장이 나오는 한미워킹그룹과 관련해서는 “협의체의 대화에는 북한과 교류 시 문제가 되는 제재를 어떻게 풀 것인가 등의 논의도 포함돼 있어 상당히 유용하게 작동해 왔다”며 “지난달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 때도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오는 7일이 유력하게 제기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게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북미대화가 재개된다면 미국은 대화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최근까지 “남북끼리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입장을 견지하다 최근 다시 북한과의 대화로 급선회하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정세는 늘 유동적이고 변화하는 정세에 따라 우리의 전략도 수정해가는 것”이라며 “정부 입장이 크게 바뀌었다는 평가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경고했다.
교착 상태인 한일관계에 대한 해법으로는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되, 이웃으로서 필요한 실질 협력은 이와 분리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지소미아를 종료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전제 아래 그 종료 통보를 정지시켜 놓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한일 간 간극이 크다”며 “일본 측의 수출규제 관련 여러 제반 사항을 분석하면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과 주한미국 감축설에 관해선 “SMA 협상 중 주한미군 관련 사안은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며 “주한미군의 규모에 대해서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현재의 규모를 유지한다’는 공약을 매년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회의 초청과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 제안에 대한 물음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 선도적 모범을 보여준 만큼 G7 회의 논의에 기여할 부분이 많이 있다”며 “EPN 구상은 미국 내 구체적인 논의 동향과 다른 나라들의 대응을 보며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갈등 속 한국의 외교전략 방향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우리의 기본 외교정책은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라며 “홍콩이 일국양제 하에서 고도의 자치를 향유하면서 안정과 발전을 지속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