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협상 실무자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북미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면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일 전격 교체가 발표된 청와대 및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과 대북 구상을 공유하기 위한 상견례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일 로이터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7~9일 방한하는 동안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비롯한 국내 외교·안보 라인과 만나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전략을 조율한다. 비건 부장관은 서울에 도착한 뒤 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브리핑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둘러싼 최대 관심사는 북미정상회담의 타진 여부다. 최종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정식 취임 전 한국을 방문해 북한과의 만남을 제안하기도 했다. 게다가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오는 10월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 역시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문 대통령은 1일 한·유럽연합(EU) 화상정상회담에서 “대선 이전에 북미 간의 대화 노력이 한 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6월17일 이후 국정원장 후보자로 낙점된 박지원 전 의원 역시 최근 한 방송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저는 있다고 본다. 북미 간에 싱가포르 정상회담 정신으로 가면 된다”며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기도 했다.
다만 북한이 비건 부장관의 방한 전부터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 걸림돌이다. 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과의 깜짝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이 줄어든 가운데 비건 부장관이 문 대통령과 직접 대면할 수도 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과 함께 비핵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한 노력 의지를 다졌다. 비건 부장관은 당시 문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면담을 하도 했다. 정 실장 후임으로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내정된 만큼 서 신임 실장을 비롯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 등과 접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