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비말차단 마스크 안보이는데…'공급병목' 구경만 하는 식약처

'제2마스크 대란' 수준으로 수요 폭증에도

수입 절차 간소화 등 조치없이 수수방관

품귀현상 심화돼 가격 오르는 '악순환' 반복

제주도 지정해수욕장 11곳이 일제히 개장한 가운데 제주시 협재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마스크를 끼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제주도 지정해수욕장 11곳이 일제히 개장한 가운데 제주시 협재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마스크를 끼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철 비말 차단용 마스크(KF-AD)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수급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비말 차단 마스크는 하루 181만장까지 늘어났음에도 수요는 이보다 10배 이상 많아서다. 가수요까지 더하면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행정 절차상 마스크를 수입해 KF-AD로 국내에 판매하려면 보건용 마스크(KF99·94·80)를 제조할 때와 같은 허가기준을 적용받는다. 방수 성능이 중점인 마스크를 수입해 팔더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방진성능을 갖춘 보건용 마스크 제조 인증기준을 지켜야 하는 셈이다. 초등학교 졸업 기준으로 논문 등이 필요한 대학생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꼴이다. 보건용 마스크를 제조하려면 약사법상 약사 또는 이공계 전공자를 채용하고 품질을 검증할 수 있는 실험실과 계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비말 차단용 마스크 수입까지 인증기준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마스크 업계에서 나온다. 마스크 수입업체 관계자는 “KF-AD 마스크를 수입하려면 보건용 마스크 제조를 위한 인증기준인 이공계 전공자 등 필수 직원 확보 등과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KF-AD 마스크 하나를 수입하기 위해 별도로 직원을 뽑아야 하는 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직원을 채용해 보건용 마스크 제조인증 허가를 받는데도 2~3달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KF-AD 마스크 품귀를 잡을 정도의 공급을 단기간에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국내에 등록된 KF-AD 마스크제품 128개 중 수입 제품은 단 2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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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이마트는 이날 미리 배부한 번호표를 소지한 고객에게 장당 500원에 마스크 판매를 시작했으며 1인당 1상자(20장)만 구매할 수 있다. /연합뉴스오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이마트는 이날 미리 배부한 번호표를 소지한 고객에게 장당 500원에 마스크 판매를 시작했으며 1인당 1상자(20장)만 구매할 수 있다. /연합뉴스


이 가운데 KF-AD마스크에 대한 수요는 ‘제2마스크 대란’ 수준으로 폭증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급 병목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추가 조치에 나서지 않다 보니 비말 차단용 마스크 품귀 현상은 심해지고 가격도 떨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 수입에 대한 절차를 간소화해 당장 국내 공급을 늘려 여름철 비말 차단용 마스크 품귀 현상을 해소해야 하지만, 식약처는 절차 개선을 검토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당국이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중국에서 인증되지 않은 일반 마스크가 마구잡이로 수입돼 KF-AD로 둔갑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어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스크 업계 관계자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식품의약국(FDA)도 마스크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절차를 간소화해 안정화시키고 있다”며 “인증을 하고 나서 수입을 허용할 게 아니라 등록제로 운영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병원용을 제외한 대부분 마스크가 해당하는 클래스(class) 1’의 경우 제품을 등록하고 인지세를 내면 빠르면 3주 내 수입된 제품의 판매가 가능하다. 마스크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수입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한 후 등록을 해 주고 이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방수 기능 정도의 KF-AD 마스크를 굳이 식약처가 인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마스크 제조업체 대표는 “국내 마스크 수요에 맞춰 마스크 인증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불량 제품을 판매하다 적발되면 즉각 등록을 취소하는 등의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서울시가 자체 검증을 통해 납품이 결정된 수입 KF-AD급 성능을 가진 마스크도 식약처 인증절차를 기다리느라 국내에는 석 달째 공급이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에서도 비말 차단용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가운데 마스크 진열대에 비말 차단용 마스크, KF94 마스크, 공산품 마스크 등이 함께 걸려있다. /연합뉴스편의점에서도 비말 차단용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가운데 마스크 진열대에 비말 차단용 마스크, KF94 마스크, 공산품 마스크 등이 함께 걸려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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