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국 검사장 "특임검사 도입" 보고...'尹의 시간' 길어지나

"자문단 중단하되 독립 수사 필요

총장 지휘 배제는 부당"주장 불구

尹 '장관 지휘권 반박 논리' 고심

윤석열 검찰총장이 6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대검찰청 주자창에서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검찰총장이 6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대검찰청 주자창에서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와 관련된 전국 검사장들의 의견을 보고받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른바 ‘윤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3일 전국 검사장들이 모여 9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벌인 지 사흘 만이다. 윤 총장은 이르면 7일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들의 의견뿐만 아니라 원로 등의 의견도 폭넓게 듣고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총장의 고민이 깊어지면 결단의 시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검찰청은 6일 윤 총장에게 검사장회의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검사장 간담회에서 “검찰총장은 전문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해야 하며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밝혔다. 대검은 이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중 검찰총장의 지휘 감독을 배제한 것은 사실상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 또는 부당하다”며 “본건은 검찰총장의 거취와 연계될 사안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검사장들이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지만 윤 총장으로서는 검찰청법 8조를 반박할 논리가 마땅치 않은 게 고민이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을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 규정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수사 지휘한 건 검찰총장의 직분을 막은 것이라 위법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청법 12조는 검찰총장이 검찰청 공무원, 즉 검사를 지휘 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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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가 긴장감에 싸여 있다. /연합뉴스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가 긴장감에 싸여 있다. /연합뉴스


검찰청법에 규정된 이의제기권을 활용해 윤 총장이 수사권 지휘 재고를 건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청법 7조 2항에 따르면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지휘 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문제는 정무직인 검찰총장이 ‘검사’의 범위에 포함되느냐다. 검찰청법 6조는 검사의 직급을 검찰총장과 검사로 구분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검사가 아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조항이 만들어질 때는 일선 검사가 상급자의 수사 관련 지휘 감독에 이의를 제기하는 걸 염두에 뒀지 검찰총장이 상급자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건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윤 총장이 검사장들이 요구한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 카드를 꺼내 들지도 관심이다. 특임검사는 비리 등 검사의 범죄에 관한 사건에만 예외적으로 검찰총장이 임명해 수사와 공소 제기 등의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로 2010년 8월 도입됐다. 대검찰청 훈련 제158호 ‘특임검사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라 검찰총장은 현직 검사 가운데 수사 대상인 검사보다 직위가 높은 검사를 한 명 지명할 수 있다.

하지만 특임검사 카드 역시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항명이다. 법무부는 검사장 간담회가 열린 3일 특임검사 카드는 “이미 때늦은 주장”이라며 “명분과 필요성이 없음은 물론이고 장관의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만일 윤 총장이 검사장 간담회에서 나온 다수의견과 비슷한 최종 결정을 한다면 법무부가 감찰 등 징계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사실상 전면전이 벌어지는 셈이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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