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히 통제된 상황에서 항암주사제가 조제·관리되지 않으면 환자와 약사 모두에게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항암주사제 무균조제 로봇 도입과 조제실 음압 설계로 두 가지 위험을 최소화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3월부터 항암주사제 무균조제 로봇(APOTECAchemo) 2대를 운영해 지난 3일까지 총 8,000건을 조제했다. 전체 항암제 무균조제 건수의 30%를 차지한다. 이 로봇은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클리블랜드 클리닉을 비롯한 세계 51개 병원에서 도입했으며 국내에선 분당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사용하고 있다.
이 로봇은 의사가 처방한 주사항암제를 약사가 용량·용법 등 검토 후 진행을 확정하면 조제 각 단계에서 약품과 수액의 이미지, 바코드를 인식해 정확한 약품이 투입됐는지 확인한다. 약물 용량을 소수점 단위로 측정해 재구성·희석하고 이어 약사가 최종 확인한 뒤 라벨을 부착한다. 이 과정이 음압 공간에서 이뤄지므로 작업자는 항암제 노출 위험에서 보호된다. 작업 과정을 직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고 가동 중 발열 우려가 없어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자랑한다.
정영미 약제부 항암조제파트장은 “로봇 조제가 효율적인 옥살리플라틴(전이성 대장암·위암 치료제), 유리 바이알에 가루 형태로 들어 있어 약사가 1차로 증류수나 생리식염수에 녹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화(액체→기체)가 일어나 약사가 위해를 입을 수 있는 시클로포스파미드(악성림프종·백혈병·난소암 등 치료제) 등은 로봇 조제 필요성이 높은 항암제들”이라고 설명했다.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관리시스템도 갖춰 약사 등은 스마트폰·PC로 조제실과 약품 냉장고의 온도·습도 상황 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비상상황 발생시 곧바로 알 수 있다.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장은 “항암제 무균조제 로봇이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조제실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 약전(USP) 가이드라인에 맞춰 음압 설계를 해 환자와 조제 약사 모두 안전한 국내 최고 수준의 ‘자동화된 항암제 무균조제실’을 운영하고 있다”며 “환자와 직원 모두가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