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부처님 도량 곳곳이 시(詩)적 소재"

조계종 문화부장 오심스님 시인 등단

출가부터 은사스님 입적 시 심정까지

자기고백처럼 쓰여진 작품 5편 선보여

조계종 문화부장 오심스님.조계종 문화부장 오심스님.



“부처님 도량인 산사에 있다 보면 눈으로 바라보고, 코로 냄새 맡고, 귀로 듣는 모든 것이 시적 소재가 됩니다.”

불교 문화재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조계종 문화부장 오심스님이 시인으로 등단했다. 오심스님은 월간 문예지 문학공간에서 주최하는 ‘제360회 신인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출가’ ‘님이 가시는 길에’ 등 스님이 내놓은 총 5편의 작품에 대해 “오심스님의 시는 선적 언어에 바탕하고 있다. 선적 언어는 깨달음의 언어이며 성찰의 사유이기에 더욱 감동스럽다”고 평했다.


월하스님을 은사로 5살에 동진출가(童眞出家)한 오심스님은 “어릴 적 출가한 동자는 항상 외로움을 벗하고 살았다. 먼 산을 보고 계곡을 보고 꽃을 보고 살았다. 그렇게 산과 들과 숲을 보고 살아온 세월이 5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숨겨온 내 안의 발가벗은 몸으로 보여주듯 짧은 시로 써내려갔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수상작 중 ‘출가’는 동자승 시절 스님의 심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맑은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물줄기 하나가 허공을 가른다/작은 댓돌이 그렇게 넓어 보였다/작은 거인이 씩 웃는다/작은 떡 하나가 입에 쏙 들어온다/그렇게 출가는 시작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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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불교적 교리를 담은 게송(揭頌)이 아닌 일반 시의 형식을 띤다. 기쁨, 슬픔, 고뇌 등 출가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솔직한 자신의 심정을 풀어내고 있다. 월하스님이 입적할 당시 슬픔을 그대로 녹여낸 ‘님이 가시는 길에’가 대표적이다. ‘진정 그렇게 가십니까/하 세월 그렇게 살아오신 님/육십 평생을 한길로 살아오신 님/(중략)무서리 찬서리 맞아 가시며 살아오신 님이시여/작은 것에 하늘을 덮고/큰마음에 개미를 보듬으시는/당신은 진정 수장자이셨습니다/당신은 진정 스승이셨습니다/당신은 진정 부처님이셨습니다/잘 가시고 또 오셔서 마음껏 사시옵소서.’

“시(詩)라는 한자는 ‘말씀 언(言)’에 ‘절 사(寺)’ 자를 쓰는데 절에서 행하는 모든 것이 시이자 시적 소재”라는 스님은 “시라는 매개체를 통해 출가자가 아닌 시인으로서 대중과 소통하겠다. 불자들의 마음수행에도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좋겠다”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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