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우리나라 맥주는 맛없다? 수제는 없어서 못삽니다…"2만원짜리 수제맥주 6,000병 완판"

■이젠 수입 대신 수제맥주

주세법 개정 종량세 도입 영향

제주맥주, 1분기 매출 2배 급증

2만원 프리미엄 제품 6,000병 완판

마니아 전유물서 대중맥주로 인기

편의점선 '4캔 1만원' 폭풍 홍보

라거 일색 국내맥주시장 판도 바꿔

제주 한림읍에 위치한 제주맥주 양조장에서 한 직원이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제주맥주제주 한림읍에 위치한 제주맥주 양조장에서 한 직원이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제주맥주




0915A20 수제맥주매출성장률


“제주맥주 배럴 시리즈는 완판됐습니다.”

지난달 28일 제주 한림읍에 위치한 제주맥주 양조장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었다. 배럴 시리즈는 제주맥주가 위스키 브랜드 하이랜드 파크와 협업해 선보인 제품으로 한 병당 가격이 2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맥주다. 고가에도 지난 5월 출시하자 마자 5,000병의 예약 물량이 일찌감치 동난데 이어 하루 36병 한정으로 판매하던 제주 양조장 현장 판매 물량 1,000병도 이날 완판됐다. 김배진 제주맥주 생산실 총괄이사는 “올해 초 주세법 개정 이후 수제맥주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생산을 3교대로 늘려 주 7일 생산시설을 풀 가동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때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불리던 국산 수제맥주가 편의점 황금 매대를 꿰차면서 어느덧 대중맥주로 자리잡고 있다. 주세법 개정부터 주류규제개선 등 시장 확대의 길이 열리면서 업계가 전에 없던 활기를 띠자 편의점부터 치킨집까지 플레이어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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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성장 부른 ‘4캔 1만원’=국산 수제맥주의 약진은 무엇보다 올해 초 주세법 개정으로 종량세가 도입돼 맥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덕분이다. 수입맥주 전성시대를 열었던 ‘4캔 1만원’ 행사를 국산 수제맥주도 할 수 있게 되면서 가정에서의 수요가 급증한 것. 실제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산 수제맥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90.8% 증가했다. 이에 주요 양조장들은 생산 시설을 늘리고 캔맥주 생산에 돌입했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6월 양조장을 증설해 연간 2,200만캔(500㎖)으로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출고가를 20% 인하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브루펍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지난 5월 처음으로 캔맥주를 편의점에서 판매했고,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브랜드 ‘생활맥주’도 창사 6년 만에 지난 6월 처음 라거 타입 캔맥주를 선보였다.

제주맥주 배럴 시리즈 임페리얼 스타우트 에디션. /사진제공=제주맥주제주맥주 배럴 시리즈 임페리얼 스타우트 에디션. /사진제공=제주맥주


◇‘라거 일색’ 국산맥주 판도 바꿔=수제맥주는 라거(lager) 일색으로 지적받았던 국산맥주 시장도 바꾸고 있다. 펍에서만 마실 수 있었던 개성 있는 맥주들을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국산 맥주 시장의 질적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특히 2013년 55개에 불과했던 양조장이 올해 150여 개로 늘면서 그만큼 다양한 맛의 수제맥주가 등장하고 있다. 기존 라거 맥주에서 IPA, 에일, 스타우트 등 다채로운 맛의 수제맥주는 물론 최근에는 수입맥주로만 만나 볼 수 있었던 프리미엄 맥주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제주맥주가 200년 전통의 위스키 브랜드와 선보인 배럴 시리즈는 1병에 2만원 고가에도 전량 완판됐으며, 핸드앤몰트가 출시한 ‘마왕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한 캔(500㎖)에 9,500원으로 고가이지만 꾸준히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편의점부터 치킨집까지 진출=국산 수제맥주 시장은 종량제로의 전환에 더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류 규제개선 방안’으로 인해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이 가능해지면서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플레이어들도 기존 양조업자뿐만 아니라 외식업계와 유통업계 등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BBQ는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최초로 ‘옥토버훼스트’를 운영하는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와 손잡고 개발한 수제맥주 6종을 출시했다. 유통망을 갖춘 편의점 업계도 수제맥주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CU는 최근 세븐브로이, 대한제분과 손잡고 ‘곰표 밀맥주’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업체들과 협업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GS25도 지역 랜드마크를 활용한 자체제작(PB) 수제맥주를 10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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