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을 학기에 학교가 문을 열지 않으면 연방지원금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학교 정상화 요구를 일부 주 교육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거부하자 지원금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미국에서 일일 확진자가 6만명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재확산 우려가 현실화한 가운데 인력 부족 등으로 코로나19 검사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하고 있어 학교가 문을 열 경우 확산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많은 나라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학교를 열고 있다”며 “정상적으로 개교하지 않으면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 이후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이제 때가 됐다. 아이들이 학교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미 보건당국도 어린이는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이 낮다며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CDC의 지침이 학교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학교를 계속 봉쇄하는 데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CDC가 다음주에 학교 정상화와 관련한 새로운 지침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 바이러스가 어린이에게 중대한 질병을 초래할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고 말하기도 했다.
벳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도 “결국 학교를 열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열 것이냐의 문제다. 학교는 완전히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유진 스캘리아 노동부 장관은 학부모가 자신의 업무를 계획할 수 있도록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대통령과 참모들이 많은 주에서 코로나19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학교 정상화를 위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무증상 감염 학생이 바이러스를 집으로 가져오거나 나이 든 선생님과 학교 직원이 학교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을지에 관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8일 하루 동안 미국에서 6만1,848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집계가 시작된 후 일일 확진자가 6만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규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 전체 확진자 수는 315만8,932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은 검사장비와 인력 부족으로 코로나19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확진자 수는 미국 인구의 10%인 3,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AP통신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많은 이들이 폭염을 무릅쓰고 검사소를 찾지만 발길을 돌리는 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2주 전 51만8,000여건에서 하루 평균 64만여건으로 증가했다.
하버드대 글로벌헬스연구소 소장인 아시시 자는 “이는 지도력의 비참한 실패이며 연방정부가 대유행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인 코로나19 검사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박성규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