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동학개미들이 중국 주식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중국 주식 시장에 ‘황소(강세장)’가 다시 찾아오자 이에 올라타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에 상장된 중국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이고 중국 주식을 직접 구매하려는 움직임 또한 크게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지수가 최고점을 찍은 뒤 단기간에 무너졌던 2015년 버블 붕괴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제기하지만 당시의 상황 크게 달라 우려는 이르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10일 코스콤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7월 첫째 주(7월 6일~10일) ‘TIGER 차이나CSI300(192090)’를 153억원 규모로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TF 중 개인들이 세 번째로 큰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며 해외주식형 ETF 가운데 순매수가 가장 큰 규모다. 이와 함께 ‘KODEX 심천ChiNext(합성)’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합성)’도 각각 74억원, 73억원 규모로 사들여 개인 순매수 상위 5·6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주식 ‘직구’도 급격히 늘어나는 양상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한 결과를 보면 국내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9일까지 중국 주식(선강퉁, 후강퉁, 홍콩)을 사고 판 규모는 약 6억546만달러(7,289억원)에 이른다. 6월 한 달 간 이뤄진 거래규모(10억3,692만달러, 약 1조2,478억원)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이에 지난달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50위에 6개에 불과했던 중국 종목들은 이달 14개로 크게 늘었다. 중국 주식은 2014년과 2016년 후강퉁(상하이 홍콩 교체거래), 선강퉁(선전 홍콩 교차거래) 등이 도입되면서 국내에서도 직접 투자가 가능하다.
이는 중국 증시가 모처럼 호황을 맞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 중국 시장의 벤치마크인 상해종합지수는 2년 반 만에 3,400선을 넘어섰으며 이달 들어 9일까지 15.61% 뛰었다. 선전종합지수도 14.64% 올랐고 홍콩H지수도 10.48% 상승했다. 최근 발표된 경기 지표를 토대로 경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중국 주식의 상대적 저가 매력이 떠오르면서 시장에 풀린 돈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초 발병지에서 방역을 우수하게 수행했다는 ‘이미지 세탁’을 위한 중국 정부 의지로 증시 띄우기에 나섰고 여기에 중국 관영언론까지 시장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전달하며 상승장을 뒷받침한다는 분석도 많다. 최근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CNBC는 “증시 부양을 위해 미국에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있다면 중국에는 관영언론이 있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자 중국 현지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인민개미’ 들도 주식 시장으로 뛰어 들고 있다. 현지에서는 중국의 개인 투자자를 부추라고 부르는데 윗부분을 잘라내도 또 자라나는 부추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전문성과 풍부한 자금을 갖춘 기관과 외국 투자자들에게 늘 이용만 당한다는 뜻에서 붙은 별명이다. 이런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하며 중국 대형 증권사들은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늘어난 신규 계좌 개설 업무를 감당하느라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중국 증권 당국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 증권 계좌는 121만4,000개로 지난해 동기보다 5.34% 늘어났다. 5월 말 기준 주식 계좌는 총 1억6,600만개에 달했다.
현재로선 올 하반기 중국 시장의 긍정적 성과를 기대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은 모습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하반기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기회복 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 본토시장과 홍콩에 대한 비중 확대를 권한다”고 했다. 다만 ‘2015년 트라우마’를 우려하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많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우려되는 부분은 정부 정책으로 유동성이 일시에 증시에 몰렸지만 그 방침이 언제 다시 바뀌느냐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부동산 가격까지 상승할 경우 정부가 다시 리스크 관리 모드로 바뀔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