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선엽 장군이 지난 10일 100세의 일기로 타계한 가운데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까지 그에 대해 존경을 표시하는 공식 추모 입장을 냈다. 미군 사령관들 역시 백 장군을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조지 워싱턴 전 대통령에 빗대는 등 잇단 찬사를 보냈다.
미국 NSC는 12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국은 1950년대 공산주의 침략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백선엽과 다른 영웅들 덕분에 오늘날 번영한 민주공화국이 됐다”며 “우리는 99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백 장군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의 유산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한 전직 주한미군·유엔군·한미연합사령관 4명 역시 백 장군을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조지 워싱턴 전 대통령에 빗대는 등 존경심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에서 근무한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백 장군에 대해 “백 장군의 사망은 한국과 미한(한미) 동맹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그는 영웅이자, 외교관이자, 애국자이자, 친구이자, 나의 스승이었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에서 근무했던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백 장군을 ‘한국군의 아버지’로 평가하면서 “미국의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조지 워싱턴이 미군의 아버지이기도 했던 것과 다를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 장군이 한국전쟁 당시 침략자인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에 대항해 혼란스럽고 극도로 불확실한 전투작전 속에서 한국군을 거듭 승리로 이끌었던 것은 조지 워싱턴의 독립전쟁 승리와 비교할 만하다”며 “우리는 세계의 위대한 군사 지도자 중 한 사람을 잃었고, 나는 진실한 친구를 잃었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에서 복무한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70년 동안 한미동맹을 강화했고 동맹이 깨지지 않도록 만든 진정한 영웅이자 애국자”라며 “백 장군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안보에 전념한 매우 헌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에서 근무했던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나는 수십 년 동안 백 장군을 존경해왔다”며 “그의 사망은 미한동맹에 깊은 손실이며, 진정한 역사의 한 부분이 사라진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현 주한미군사령관은 앞서 11일 성명을 통해 “백 장군은 영웅이자 국보”라며 “오늘날 한미동맹을 만드는 데 공헌했다”고 밝혔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같은 날 트위터에 “백 장군은 현대 한미동맹 구축을 주도했다”며 그를 추모했다.
미국의 평가와 달리 국내에서는 백 장군이 6·25전쟁 전공뿐 아니라 친일 경력도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큰 논란이 됐다. 미래통합당은 한국전쟁 때 세운 백 장군의 공적을 고려해 대전현충원이 아닌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의당은 그의 친일 경력을 들어 현충원 안장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