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신고 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13일 엄수된 가운데 같은 날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기자회견을 연 것과 관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만감이 교차한다”며 “꼭 오늘이어야 했나”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조문 보이콧’을 선언한 정의당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드러냈다.
정 의원은 13일 전파를 탄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피해자 측이 발인 끝나고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에 배려했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진행자의 언급에 대해 “꼭 오늘이어야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것은 국민께서 판단 할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있는 그대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정 의원은 이어 정의당의 ‘조문 보이콧’ 논란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당원의 도리보다는 인간의 도리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한 뒤 “노회찬 의원이 살아계셨으면 조문 가지 않겠다는 정의당 의원들을 향해 뭐라고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조문을 간 사람도 있고 안 간 사람도 있는데 안 가면 그냥 안 가면 되지, 굳이 이렇게 안 가겠다(고 해야 하냐)”고 말한 뒤 “정의당은 비판도 많이 받고 있다. 정치력 부재, 경험 부족 같은 게 아닌가,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류호정, 장혜영 의원 등 정의당 의원들이 피해자의 ‘2차 가해 방지’ 차원에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문을 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부 당원들의 항의성 탈당이 이어지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편 박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비서 측은 13일 오후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이 4년 동안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고소인을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과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등이 참석해 고소인의 입장을 대리 발언했다. 법률대리를 맡은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도 이 자리에서 경과보고를 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고소인 입장문 대독을 통해 “법치국가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 사과를 받고 싶었다”며 “제가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 번 느꼈다.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정을 온전히 회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소인 측은 “이 사건은 박원순 전 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이라며 “곧바로 보고하지 못한 것은 내부에 요청했으나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 업무는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이라며 피해를 사소화하는 반응에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업무시간 외에 퇴근 후에도 사생활을 언급하고 신체 접촉 사진을 전송했다”며 “부서 변경을 요청했으나 시장이 승인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심지어 부서 변동이 이뤄진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연락을 지속했다”고 했다.
고소인 측 주장에 따르면 고소인은 자진해 서울시 근무를 지원한 적이 없으며, 다른 기관에서 근무하던 중 서울시청에서 연락을 받고 당일 오후 시장 비서 면접을 봤다.
이후 박 시장은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에서 고소인에게 안아달라며 신체적 접촉을 하고, 집무실에서 셀카를 찍는다며 신체적으로 밀착하기도 했다. 고소인의 무릎에 난 혹을 호 불어주겠다며 입술을 맞추기도 했다.
또 고소인을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으로 초대해 본인의 속옷 차림 사진과 음란한 문자를 전송하는 등 점점 가해 수위가 심각해졌다. 고소인이 늦은 시간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도 박 시장에게서 음란한 텔레그램 메시지가 왔다고 한다.
고소인 측은 “박원순 시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안을 접하면서도 본인 스스로 가해행위를 성찰하거나, 피해자에게 사과하거나 멈추지도 않았다”며 “고소와 동시에 박원순 시장에게 고소 사실이 전해졌고, 피해자가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피해자와 변호인이 만나 면담했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이 사건은) 거부나 문제제기 못하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전형적 직장 내 성추행임에도 공소권 없음으로 형사 고소 더 이상 못하는 상황이 됐지만, 결코 진상 규명 없이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도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만연한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인권회복의 첫 걸음”이라며 “경찰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입장을 밝히고, 서울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정부와 국회, 정당은 인간이길 원했던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책임 있는 행보를 위한 계획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박 시장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전직 비서 A씨는 지난 8일 ‘박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며 박 시장을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7년 이후 성추행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신체접촉 외 휴대폰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개인적 사진을 수차례 전송했고, A씨는 이를 경찰에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는 수사 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다고 규정돼 있다.